제목 | 100살까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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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12-19 | 조회수1,975 | 추천수29 | 반대(0) 신고 |
12월 19일 대림 제3주간 금요일-루가 1장 5-25절
"마침내 주님께서 나를 이렇게 도와주셔서 나도 이제는 사람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되었구나."
<100살까지만>
오늘 오후,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할머니들께서 저희 아이들을 찾아주셨습니다. 일년에 한번씩 성탄을 앞두고 찾아오시는 천사들이십니다.
하얀 봉투 하나를 제게 내미셔서 뭐냐고 여쭸더니 "일년 내내 용돈을 아끼고 아껴 십시일반으로 모든 돈인데, 애들 노트라도 사주라"고 하셨습니다.
너무나 죄송스런 나머지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니 도로 가져가셔서 손자손녀들 용돈주시라"고 해도 "절대로 그럴 수 없다"며 막무가내였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할머니들과 차 한 잔 하면서 제가 그랬습니다.
"저희는 젊으니 어떻게든 먹고삽니다. 할머니들 앞으로는 모은 돈 제게 가져오지 마시고 같이 놀러도 다니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드세요."
제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할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절대로 그럴 수 없어요. 사실 우리들 젊은 시절, 건강할 때는 몸으로 때우는 봉사도 어지간히도 많이 했었는데, 이제 나이 들면서 기력도 떨어지고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뿐이네요. 좀 덜 쓰고 좀 덜 먹고, 좀 덜 다니고 그래서 모은 돈, 작지만 좋게 쓰여지면 정말 좋겠어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할머니들 얼굴을 찬찬히 둘러보니 욕심을 비우고 영적으로 사셔서 그런지 다들 편안한 얼굴, 천진한 얼굴, 따뜻한 얼굴들이었습니다.
"너무 오래 살면 서로가 괴로우니 100살까지만 살자"고 약속하면서 수도원 언덕길을 내려가시는 할머니들을 바라보며 진정 "곱게 늙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곱게 늙는다는 것은 얼굴이나 몸매관리를 잘 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고운 마음을 먹는 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비우고 부단히 욕심을 버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곱게 늙는다는 말은 하느님 안에 산다는 말,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며 산다는 말,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영적인 인간으로 변화된다는 말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 안에서 우리는 진정 곱게 늙은 두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세례자 요한의 부모인 즈가리야와 엘리사벳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들은 비록 젊은 시절 자식을 얻지 못했던 관계로 언제나 불안정했던 한 평생을 보냈습니다.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 노후에 대한 걱정이 컸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느님을 원망하지도 않고 하느님의 뜻 안에서 경건한 삶을 살아갔습니다.
두 노인의 하느님께 대한 한평생에 걸친 충실은 결국 "세례자 요한의 탄생"이라는 기적 같은 결실을 거두는 계기가 됩니다.
끝까지 인내한 즈가리야는 마침내 기쁨과 감개무량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이렇게 외칩니다.
"마침내 주님께서 나를 이렇게 도와주셔서 나도 이제는 사람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되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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