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내 생의 섣달 그믐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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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12-22 | 조회수2,265 | 추천수27 | 반대(0) 신고 |
12월 23일 대림 제4주간 화요일-루가 1장 57-66절
"너희는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들어라. 구원받을 날이 가까이 왔도다."
<내 생의 섣달 그믐날>
오랜만에 존경하는 법정스님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간 이끌어오셨던 길상사에서의 강연도 이제 그만 두시고 또 다시 강원도 한 산골 암자로 들어 가신답니다.
하시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어찌 그리도 마음에 와 닿는지요. 같은 길을 걷는 수행자로서 언제나 당당하고 의연한 스님의 모습이 부럽기만 합니다.
"갑자기 떠나는 건 아닙니다. 서서히 사라지는 거죠. 내 스스로 묵은 틀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틀에 갇혀 살면 사람은 침체됩니다. 묵은 짐으로부터 거듭거듭 떨치고 나와야 하죠. 그게 바로 중이 사는 맛이 아닙니까?"
한 평생 끊임없이 자신을 제어해나가는 스님의 모습은 우리 모든 수도자들의 귀감이 되고도 남습니다.
"사람은 자기 리듬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무는 해가 쌓일수록 늠름해지지만, 동물은 반대로 추해집니다. 사람도 동물인 만큼 자기 통제가 필요한거죠. 수행의 세계에는 정년이 없지만 직위에는 반드시 정년이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두려워하는 죽음을 바라보는 스님의 시선은 한없이 부드럽기만 합니다.
"저마다 <섣달 그믐날>이 있습니다. 죽음이 받쳐주기에 삶은 빛나는 겁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무엇일까>를 잊지 말아야죠."
다시 산으로 발길을 돌리며 남기신 마지막 말씀을 통해 스님께서는 진정 참 수행자이심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도 이젠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가까워진 것 같아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생을 마칠까 합니다."
성탄을 하루 앞둔 아쉽고도 소중한 시간입니다.
오늘 화답송은 시편 24장을 인용하면서 주님께서 오실 순간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너희는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들어라. 구원받을 날이 가까이 왔도다."
여기서 머리를 드는 행위는 오시는 구세주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행위입니다.
오늘 다시 한번 부끄러운 어제와의 결별을 통해 구세주 오심을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다시 한번 훌훌 털고 떠남을 통해, 기꺼이 내려감을 통해, 끊임없이 비우고 비움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아기 예수님 오심을 준비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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