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자유롭고 강하게 해주시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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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03-12-26 | 조회수1,871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그러나 끝까지 참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 (마태오 10, 22)
스테파노 성인의 축일을 맞아 2년전에 커피를 끊었던 일이 생각 납니다. 저는 몸이 허약하여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자거나 가슴이 두근 거리게 되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몸도 조금씩 건강해지고 젊은 분들과 함께 공부를 하게 되면서 모두의 습관을 따라 도서관에 들어갈 때 의례껏 커피 한 잔을 빼어들고 공부를 시작하곤 하였습니다. 힘든 공부를 하는 어려움을 커피에 의존을 하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커피 한 잔이 두 잔으로 늘어났습니다.
새벽미사를 마치고 기도하기전에 추위도 이기고 머리가 개운해지기를 바라면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이사를 하게 되어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게 되면서 추위를 잘타는 편이라 추위를 이기려고 따끈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이렇게 하여 하루에 두 세잔에서 어느때는 네 잔까지 심할때는 다섯 잔까지 마신적도 한두 번 있었습니다. 그것도 자판기 커피를 좋아하여 프림에 들어 있는 뭉치지 않고 탁 풀어지게 하는 화공 약품의 폐혜를 잘 알기에 몇번 씩 커피를 끊어 보려고 하였으나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체조배를 하던중에 갑자기 제가 마신 흙갈색의 커피의 양이 마치 비가와서 흙탕물이 내려가듯이 그런 모습으로 뚜렷하게 상상이 되면서 커피를 끊게 되었습니다.
대략 일년 가까이 끊기 힘들었던 커피를 끊고 자유롭게 생활 하던중, 15박의 일정으로 유럽과 메주고리에를 둘러보는 성지 순례를 다녀 오게 되었습니다. 메주고리에서 일주일간 머물면서 매일 아침에 빵을 먹게 되었습니다. 이때 일행들이 우유에 커피를 조금씩 넣어서 마시는 것을 보면서 이만큼 커피를 끊었으니까 우유에 조금씩 타먹는 것은 괜찮겠지 하면서 시작한 것이 다시 옛날로 돌아가 똑같은 상황이 되어 또다시 힘들때마다 커피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위나 신장이 좋지 않은 저에게 한 잔도 아니고 두세 잔 씩의 커피가 좋을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좀처럼 다시 시작한 커피마시기는 끊기가 어려웠습니다.
2년 전 스테파노 축일의 새벽미사를 마치고 묵상중에 스테파노 성인이 돌을 맞으시는 장면을 상상으로 바라보면서 커피 한 잔을 끊는 것도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지면서 그날 이후로 커피를 끊게 되었습니다.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회식후에 커피를 한모금만 입가심으로 마시라고 하는 친절한 권유에도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 절제가 어려움을 이야기 하면서 용케도 피해오고 있습니다.
비단 작은 악습을 극복하였지만, 이외에도 제가 끊임없이 극복해 나아가야 할 좋지않은 습관들을 스테파노 성인의 주님과의 일치에서 오는 처절하고도 초연한 순교의 장면을 묵상하면서 2004년도에 제가 극복하고 싶은 저의 약점과 좋지 않은 습관을 봉헌합니다.
자신의 모습을 잘 들여다 보고 잘 제어할 수 있는 은혜를 청하며 제2차 바티간 공의 문서를 묵상해 봅니다.
"인간은 자신의 내면에서 둘로 나뉘어져 있다. 그 결과로써,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인 면에서 인간의 전 생애는 선과 악, 빛과 어둠의 사이에 있는 하나의 극적인 투쟁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힘으로 악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 했을 때, 자신들이 마치 사슬로 묶여진 것처럼 느낀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을 내면적으로 새롭게 해주시고, 당신을 죄의 속박 속에 묶어 두었던 ’이 세상의 통치자’(요한 12, 31)를 쫓아 내심으로써 그들을 자유롭게 해주시며 강하게 해주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다."
지극히 미천한 자, 낮은자로서 오신 주님, 당신의 겸손함을 배워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제가 극복하고 제어해 나아가야 할 부분들을 끝까지 참아낼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자신의 나약함에 안주 하지 않고 즉시 주님께로 피신할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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