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쾌활하기 위해서는 큰 극기가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09 조회수1,400 추천수14 반대(0) 신고

        

 며칠전에 집안의 제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저녁 늦도록 연수가 있어서 미리 준비를 좀 해두었습니다. 며느리가 음식준비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기도 있고 제가 늦게오는 것이 미안해서 아주머니께 몇가지 음식은 부탁을 드렸습니다.

 

 부랴부랴 제가 집에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며느리 혼자서 아기를 업고 제사상을 차리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딸은 자기 아기를 보고 있으면서 언니 혼자 다 상을 차렸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저 같으면 화가 날 상황인데 며느리는 전혀 불편한 기색없이 시누이와 정답고 쾌활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사를 지내고 밥을 먹으면서 딸에게 ’언니가 성격이 좋으니까 그렇지 그렇게 하면 욕 먹는다’라고 하며 설겆이를 하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제가 말하지 않았어도 딸이 그렇게 하였을 것입니다. 신정에 차례를 지낼 때, 딸이 설겆이는 자기가 하겠다고 스스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며느리는 국은 애기 아빠가 끓여 주었다며 전혀 유감이 없는 듯 하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늦게 온 것이 미안하여 평소에 안하던 주방과 거실 뒷 청소를 하였습니다. 생각할수록 예쁜 며느리입니다. 명절 증후군이라 하여 ’명절 패키지’로 나오는 며느리가 먹는 약들도 있다고 하는데 제사를 준비 하면서 속으로 힘들어도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아기가 감기가 들었다고 하여 안부전화를 하면서 속상하지 않았느냐며 제사 지내는 날 애기를 업고 일하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는데 애기는 아빠에게 맡기고 일하지 그랬느냐고 하였더니 애기가 아빠한테 가는 것 보다 엄마하고 있으려고 해서 그랬다며 전혀 불편해 하지 않았습니다.  

 

 며느리가 힘들고 야속하게 생각하면 집안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을 상황이었지만 명랑하고 쾌활하게 함으로 인해 가족 모두가 화합하고 의욕을 갖고 생기 있게 살아가도록 하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도는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를 위해 그동안 기도해 주시고 힘이 되어주신 모든 분들과 하느님께 저절로 감사드리고 싶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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