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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년의 영성 (1)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12 조회수1,566 추천수8 반대(0) 신고

            

 

 

        중년의 영성

                                   <정오에서 해질녁까지> 편집정리

 

있는 그대로의 능력 이상을 바라지 않으시는 그분께 마음을 열어 드리는 것은 우리가 약하고 죄 많으며 유한하고 끊임없이 실패를 거듭하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서 이루어진다.

 

우리의 힘이 되어 주시고 우리의 공허를 채워 주시며 우리의 많은 죄를 씻어 주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고, 우리가 상처받기 쉬운 존재라는 의식을 통해 우리를 지혜와 공감, 그리고 동정의 샘으로 이끌어 주는 분도 바로 하느님이시다.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그 고통의 체험이 감수성의 원천이 될 것이다.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면 다른 사람의 나약함에 대해 관용을 보이게 되고, 삶의 짐을 지고 가는 그들을 기꺼이 도우려 할 것이다.

 

또한 중년기는 영성적으로 중요한 치유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는 죄로부터 치유되어야 할 필요성뿐 아니라 살아 오면서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에 대한 의식도 점점 커진다. 융이 강조했듯이, 묻혀져 잊었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이 의식의 확장과 더불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의 기억력은 우리에게 상처를 입혔거나 우리를 거절했거나 혹은 화나게 만들었던 많은 사건들을 되새기게 한다.

 

이런 일들이 처음에는 다시 생각나는 사건으로 나타나지 않고, 가벼운 사안일 경우에는 다시 겪는 고통으로, 혹은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어떤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 같은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고통의 깊이나 분노의 범위는 그 근원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이런 감정을 느끼고 그것들과 더불어 지내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흔히 유년기까지 포함한 과거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거나 상처받았던 때를 상기시킬 것이다.

 

이 기억은 깊이 곪은 상처처럼 오랜 세월 숨겨져 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그것이 되돌아 와서 기억해 주고 화해 시켜 달라고 소리 지르고 있는 것이다. 헨리 나웬은 "과거를 고백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으며 잘못 이해하고 있는 이상, 미래에 대한 희망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치유의 기도는 중년의 영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잊어버리면 고통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다시금 기억을 무의식 속에 밀어 넣고 싶다는 유혹에 솔깃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 유혹에 넘어가면 기억이 감춰지기는 하겠지만, 끊임없이 경험을 다른 색으로 덧칠하려 들 것이며, 상처를 더욱 깊게 만들 것이며, 분노를 더욱 강하게 일깨울 것이다. 그러나 치유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이것은 풍요로움의 근원이 될 수 있고 심오한 기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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