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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순명의 덕을 구하며
작성자이정흔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31 조회수1,252 추천수11 반대(0) 신고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4,35-41

 

 

그날 저녁이 되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호수 저편으로 건너가자”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들이 군중을 남겨둔 채 예수께서 타고 계신 배를 저어가자 다른 배들도 함께 따라갔다. 그런데 마침 거센 바람이 일더니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차게 되었다. 그런데도 예수께서는 뱃고물을 베개삼아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예수를 깨우며 “선생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돌보시지 않습니까?” 하고 부르짖었다. 예수께서 일어나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를 향하여 “고요하고 잠잠해져라!” 하고 호령하시자 바람은 그치고 바다는 아주 잔잔해졌다.

그렇게 하시고 나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왜 그렇게들 겁이 많으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하고 책망하셨다. 그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도대체 이분이 누구인데 바람과 바다까지 복종할까?” 하며 서로 수군거렸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부모님께 그것을 해 달라고 무수하게 그분들께 바란 것이 많았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바람과 요구였고, 부모님을 위한 마음보다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조금씩 자라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드릴 수 있게 되었을 때, 저는 부모님이 기뻐하실 일들을 생각하고, 슬퍼하실 일들을 피하려 하면서 비록 그것이 완전하지는 않다 하여도 제가 그분들의 마음을 보다 더 잘 헤아려 드릴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믿음이라는 것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이 생기면 당신께 그것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랬습니다. 제가 저의 부모님께 원했던 것과 같은 요구를 당신께도 청한 적이 많았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어린이의 말을 하고 어린이의 생각을 하고, 어린이의 판단을 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어렸을 때의 것들을 버렸다는 사도 바오로의 말처럼, 신앙에 있어서도 어렸을 때의 생각이 조금씩 자라고 커가면서 어른이 되어 가기를 저는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뜻보다는 당신의 뜻이 훨씬 더 깊으며, 자신의 뜻은 오직 자신만을 위한 것이지만 당신의 뜻은 보다 많은 이를 위한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묵주기도 때 드리는 환희의 신비에서 보여지는 마리아의 응답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하는 ’네’ 라는 대답의 순명으로 시작됩니다. 이 응답은 어떻게 이루어 주실지는 알 수 없지만, 모든 일을 우리를 위하여 이루어 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완전한 신뢰의 대답입니다.

 

 

하느님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고, 하느님의 슬픔이 나의 슬픔이 되고, 하느님이 원하시지 않는 일들을 피하고 그분이 좋아하실 일들을 생각하는 것,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드리기 시작한 어느 순간부터 그분들이 기뻐하실 일들을 생각했던 것처럼, 어떤 일을 하셔도 우리를 위해서 이 모든 일들을 하신다는 사실에 주저하지 않고 ‘네’라고 응답할 수 있는 순명의 덕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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