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베풀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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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순 | 작성일2004-04-28 | 조회수1,298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사람이 세상을 떠나 하느님 심판 대전에 서면 반드시 후회하는 일 세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베풀걸" 두 번째는 "참을걸" 세 번째는 "즐길걸" 이라고 합니다.
가장 먼저 후회하게 되는 베푸는 일에 있어서는 부족하다고 생각 하면서도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 은 모자라는 생활비를 쪼개 각종 후원회비를 끊임없이 보내는 생명 나누기에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누군가가 그 선행을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고 어린아이 같이 자선을 생활화 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 중 오늘은 특히 생각나는 할머니 한분이 계십니다. 계속되는 북한의 룡천역 열차 폭발사고 소식에 이국 땅에서 그 안타까움을 기도로 대신하는데 문득 그 할머니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신심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환경이 열악한 베트남 의 시골에 공소를 지어주는 성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 할머니께서는 차림으로 봐서는 공소를 몇 채씩 지을 돈을 가지고 계실 분 같지가 않았습니다. 치아도 허술하고, 숱이 없는 머리도 파마한번 하시는 일 없이 월례미사를 참례하곤 하셨습니다. 어느 날 성금 모금을 접하신 할머니께서, 공소 한 채에 백 만원씩 든다는 건축비를 몇군데나 봉헌 하겠노라고 약속하고 가셨습니다.
그 다음 달부터 회관 문을 열고 들어서시는 할머니 얼굴이 환하시면 곧바로 들추시는 게 치마허리였습니다. 그리고는 허리 춤에 맨 긴 스타킹에 몇 겹을 접은 백 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꺼내셨습니다. 이렇게 몇 차례를 하시더니 "이제 약속 다 지켰지?" 하시고는 어느 날 홀연히 하느님 품으로 떠나셨습니다.
어느 해인가 성탄절에는, 아기 돌반지를 사서 구유의 아기 예수님 손 가락에 끼워 주시던 그 할머니께서, 지금쯤 천국에서 어떻게 지내시는 지 오늘따라 더욱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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