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5) 핑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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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정자 | 작성일2004-07-14 | 조회수1,033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지난달 16일에 처음 굿뉴스 게시판에 들어와 바로 그날 첫 게시물을 올리고 이제 거의 한달이 다 되었습니다. 여기 묵상란에 그동안 4개의 게시물을 올리고 나서 자신의 글이 묵상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따뜻한 이야기)에 따뜻하진 못하고 미지근하고 때로는 썰렁 한 글이나마 그래도 그쪽에 가깝다고 생각되어 주로 그곳 방에만 올려 왔습니다. 더우기 이곳에는 막강한 필진들이 계십니다. 삶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올려주시는 이순의님과 얼마 전부터 등장하신 이인옥님의 도도히 흐르는 문장력과 해박한 성서지식 을 겸비하신 글들이 기를 죽게 합니다. 두 분의 쌍두마차 위에 우뚝 서 계신 박상대 신부님의 너무 훌륭한 글들이 매일매일 올라오는데 어찌 발들여 놓을 엄두조차 내겠습니까? 그래도 오늘 제가 하려는 말은 아 무래도 이쪽에 가깝다는 생각에 이렇게 길게 서론을 늘어놓습니다.
요즘 저는 매일처럼 핑계만 대며 살고 있습니다. 신앙생활에도 슬럼프가 있는것일까요? 분명 그래선 안되는 것인데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거짓말만 하며 삽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것들이 너무 무겁고 부담스럽고 힘든 생각에 어쩔 수 없이 거짓말 로 핑계를 댑니다. 구역반장 레지오단장 능력에도 없는 직책을 떠맡아 버겁고, 반모임, 꾸리아4간부 월례회의, 반구역장 월례회의,구역청소 , 레지오 청소, 타성당에서 있는 반구역장교육, 성전건축기금마련판매 거기에 동창회 친목회까지 무슨 대통령 영부인이라고 이리도 스케쥴(?) 이 빡빡한가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 갑자기 짜증이 와락 나는 것이었습니다. 갈수록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않는데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는가?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거짓말로 핑계를 대기 시작했습니다. 꾸리아단장께서 꾸리아회합에 단장이 안나오면 어떡해요? 하면 어제 너무 과로해서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어요. 구역장님께서 반구역장 월례회의에 왜 안나왔어요? 하면 갑자기 볼일이 있어 어디 갔다 왔어요. 청소 왜 안왔어요? 하면 집안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 동창회에 안나갔더니 점심때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 발신자의 번호가 찍히는 관계로 뻔히 보면서도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몇번이고 하다가 지쳤는지 아마 욕을 하겠지 아무 연락도 없이 빠지 면 그러거든요. 그리곤 집안에 콕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않고 시간을 죽입니다. 어쩌다 인터넷을 하는 정도. 그래도 레지오 주회만큼은 빠질 수가 없습니다. 단장이 회합을 주재 해야 함으로.....
정말 이래서는 안되는데 지난 3년간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는 데 왜 이러는 걸까? 어려움에 닥쳤을때 하느님께 성모님께 매달리며 기도하던 순간들을 상기하며 나름대로 많은 은총을 받았음에 감사하 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자신을 추스려 보지만 군기가 빠져버린 마음 을 되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평일미사 가본지가 언제인지 모릅니다. 냉담에서 돌아온후 3년동안 주일미사만큼은 철저히 지켰는데 요 근 래는 몇번인가 빠졌습니다. 핑계는 많지요. 새벽엔 도저히 못 일어 나겠고 9시 학생미사는 성가도 틀리고 낯설어 못가겠고 10시미사 11시반 미사엔 또 걸리는게 있고 밤 여덟시 청년미사는 어쩌다보면 놓치고 정말 핑계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나마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마음 저 깊은 곳에 주춧돌처럼 뿌리깊이 박혀있는 믿음이 어떤 비 바람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이 같은 밥을 먹어도 살기위해서 먹는 밥과 죽지않으려고 먹는 밥이 맛이 다르다고 하지요? 참말 자신이 맡은 직책을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지금 상황이 그렇습니다) 죽지못해 하는 것보다 는 살기위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느님 께서는 우리가 자격이 되어서 직책을 맡긴게 아니라 그나마도 맡기 지 않으면 더 엉망으로 살까보아 맡겼노라던 어느 신부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이만큼 충전의 시간 가졌으니 앞으로는 회개의 시간 바 치면서 힘 내려합니다. 주님 성모님 부디 힘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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