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피는 십자꽃
벽에 걸린
금빛 십자가는
늘 고개 숙인 한 사나이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무슨 죄가 그리 크기에
죽어서도
세월을 잊은 채
저렇게 십자가에 못 박혀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눈물은 메마르고
아픔은 굳어져버리고
벌거벗은 모습으로
십자가 위에
화석이 되어버린 남자
가시관을 쓴 머리 위엔
뿌연 먼지만 쌓이고
세월 속에 기다리는 발걸음은
저마다의 삶에 대한 변명과 핑계와 이유로
세상의 잔 속으로 빠져들어 갈 뿐
언제나 그러했듯이
홀로 고독한 시간을 보낸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마르15:34)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믿고 있지만
교회에 전시되는 신앙생활로 끝날 뿐
여전히 그는 세상의 벽 아래 홀로 고독하게 버려져 있다.
여우(헤로데 왕에 대한 비유)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로마인들에 대한 비유)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조차 없다(마태8:20)던 생전의 넋두리처럼
사람들 가슴 속에 들어설 둥지 하나 찾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죽어서도
교회 안의 십자가에
홀로 박제되어야 하는 사나이인 까닭은
오직 그 혼자만이
온전한 진실과 진리를
순수한 열정으로 보여준 인간이었기 때문일까?
아직도 당신 안의 식지 않은 그리움으로
우리들을 기다리는 사랑이여!
사람들 가슴속에 뿌리내린 십자꽃으로 피어나
당신처럼 진한 삶의 향기로 살아가게 해주오! - 자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