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죽비
어둔 집안에
스위치 하나로 들어선
세상의 불빛들은
TV소리와 함께
세상에 길들여지는 것들로
나의 눈과 귀와 마음을 빼앗으며
참 나를 잊고 살아가게 한다.
늦은 밤
집안에 들어선
세상의 불빛들
다 내어 보내고서야
비로소 베란다 창가에
저만치 먼저 들어와 있는
저녁 달빛을 볼 수 있었다.
아! 번쩍
달빛 죽비가
나를 깨우쳐 준다.
세상의 불빛에 취한 동안은
님 오신 줄도 모르고
자기 안의 꺼진 등잔으로
보여지는 불빛의 노예가 되어
어리석게 살아가는
하루살이의 혼이 되구나!
내 삶 안에 들어선
세상의 불빛들
하나 둘씩
다 내어보내고서야
내 곁에
고요한 달빛으로 찾아오는
님의 얼굴 앞에
막달라 마리아처럼
내 안의 등불을 밝히는
작은 기도를 드릴 수 있었음을...
2004년 9월 2일 목 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