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침이슬 따다 묵주 만들어...(로사리오의 성모님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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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현철 | 작성일2004-10-06 | 조회수1,602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십자가를 안테나로!
<아침이슬 따다 묵주만들어...>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열심히 묵주기도를 하지 않은 죄에 대한 보속(?)을 지난 여름에 저는 단단히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어린이 여름캠프에 지도신부로 참가하여 그 캠프에 참가한 약 1,50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선물할 1단 매듭묵주를 만드느라고 혼쭐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 묵주를 만들 봉사자들이 부족하여 저는 캠프에 따라온 신부님, 수녀님, 자모회원들에게까지 묵주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가면서 어린이들에게 선물할 묵주를 겨우 조달할 수 있었답니다. 그때 제가 그분들과 함께 묵주를 만들면서 부른 노래와 율동은 '송알 송알 싸리잎에 은구술’이란 시를 쓰신 권오순 마리아님의 '이슬처럼’이었습니다.
"아침이슬 따다 묵주 만들어,
그때 저는 그 묵주를 만드는 몇몇 봉사자의 눈에서 이슬이 맺히는 것을 놓치지 않았고 또 그분들이 만드는 묵주는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10여년 전에 로마에서 유학을 할때 가끔 주말을 이용하여 고백성사를 보러 로마시내에 나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꼭 들리는 아담한 성당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건 다름아닌 판테온 옆에 있는 "지혜의 여신 위의 성모 마리아" 성당(Santa Maria sopra minerva)이었습니다. 현재 성도미니꼬 수도회에서 사목을 하고 있는 그 성당 제단 아래에는 시에나의 카타리나 성녀의 유해가 모셔져 있고 그 이외에도 많은 미술작품들이 작은 경당들을 장식하고 있어 조용히 성화를 감상하려 오시는 분들이 좀처럼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성당입니다. 제가 그 성당을 들릴 때마다 꼭 가서 기도하는 곳은 카타리나 성녀 무덤보다는 이 제단 구석에 모셔져 있는 천사 화가라고 불리었던 복자 프라 안젤리코 수사님의 무덤입니다. 제가 그 수사님을 특별히 존경하는 이유는 10여년 전에 피렌체에 있는 성마르코 수도원이라는 그 수사님의 수도원을 방문하고 나서입니다. 지금은 미술 박물관이 된 그 수도원의 작은 수방에는 방마다 그 수사님의 성화가 가득하였습니다. 약 500여년 전에 성도니니꼬회 수사님들이 사셨다는 그 수방들의 성화를 바라보기만 해도 어떤 거룩함의 향기가 저에게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놀라왔던 것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만나게 되는 성모 영보(루가 1,26- 38 참조) 성화입니다. 그 성모영보 성화는 그야말로 지극히 단순하고 소박한 성모영보 성화였지만 다른 어떤 화려한 성화보다도 큰 감동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스님이 고쳐주신 묵주>
한번은 지하철 전동차에 앉아있는 많은 승객들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할머니가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가톨릭신자인지 연신 묵주를 가지고 들었다 놓았다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그 할머니와 좀 멀리 떨어져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전동차에서 신자들을 만나면 예외없이, "아이고 신부님, 여기 앉으십시오."하며 제게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헌데 어느 풍채가 좋고 코가 빨간 스님이 어느 지하철역에서 한 분 들어오시더니 그 할머니 옆에 점잖게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마치 그 할머니와 경쟁이라도 하듯이 굵은 염주를 가지고 기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건너편에서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분들도 있었지만 젊은 아가씨들 신문지로 얼굴을 가리며 키득키득 웃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스님이 갑자기 염주를 놓고 할머니에게서 묵주를 건네받고 역시 묵주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사람들틈에 숨어 '도대체 이 스님이 무엇을 하시나?'하고 가까이 접근하여 살펴보니, 그 스님은 할머니의 끊어진 묵주를 고쳐주고 계셨습니다. 순간 저는 너무나 고맙고도 부끄러웠답니다. 그 할머니가 그 끊어진 묵주를 고치려고 애를 쓰고 계시는 것에 사제로서 너무 무관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묵주를 고쳐주신 스님께 감사를 하며 레지오수첩까지 보이며 묵주기도를 가르쳐주고 계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마 이젠 그 스님은 큰 염주로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나무 관세음 보살!"하고 기도하실 것 같아 너무나 재미있고 또 기뻤습니다.
<로사리오는...>
로사리오는 하늘과 땅 사이에 흐름의 순환을 이어주는 신비에 가득찬 끈이고, 혼란스런 이 세상에 하늘이 내린 구원의 밧줄이다.
로사리오는 지친 이들과 무거운 짐을 진자들을 떠받쳐 주는 지게이며 열두 사람 이상의 힘을 부여할 수 있는 허리띠이고, 가장 비천한 사람도 그것을 입고 하늘의 전례에 참여할 수 있는 영대이다.
로사리오는 가난한 영혼과 큰 죄인을 영원한 천상 축복을 받은 자와 결부시켜주는 끈이며 죽음을 면치 못하는 인간이 하느님의 신비로 헤아리기 어려운 미로를 더듬어 나아갈 수 있는 끈이고, 피어오르는 장미 꽃다발이며 그것을 통해 우리는 타오르는 가시덤불 속에서도 호소한다. 그리스도인이 자기 사랑과 욕망, 나쁜 성격과 번뇌를 매어두고 사탄을 묶어 둘 수 있는 사슬이며, 우리에게서 속된 것을 몰아낼 수 있는 매듭있는 노끈이고, 악의 철갑으로 무장한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리기 위해 소년 다윗이 자신의 신앙심을 재어넣은 돌팔매 투석기이다. 우리가 어린아이처럼 되기를 바라시는 마리아께서 우리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이끄시는 끈이며, 피안을 향해 나아가는 나룻배 위에 있는 이들의 닻줄이고 영원한 고향의 항구에서 우리가 정박하게 되는 닻의 밧줄이다.
<미켈란젤로와 비오 신부님의 묵주기도>
미켈란젤로는 그의 작품 '최후의 심판’에 연옥에서 묵주를 붙잡고 하느님 나라로 올라오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오상을 받은 성비오 신부님께서는 어느 날, 한 부인에게 묵주를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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