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적 무능 ♣
[루가 5,17-26]
하루는 예수께서 가르치고 계셨는데 거기에 갈릴래아와 유다의
여러 마음과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
이 앉아 있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병자들을 고쳐주기도 하셨는데
그때 사람들이 중풍 들린 사람을 침상에 눕혀가지고 와서 예수
앞에 데리고 가려 하였으나 사람들이 많아서 병자를 안으로 데
리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지붕으로 올라가 기와를 벗겨 구멍을 내고 병자를
요에 눕힌 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예수 앞에 내려보냈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들은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저
사람이 누구인데 저런 말을 하여 하느님을 모독하는가? 하느님
말고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수군거리기 시작
하였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알아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희는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느냐? '너는 죄를 용서받
았다'하는 것과 '일어나 걸어가라'하는 것과 어느 편이 더 쉽겠
느냐? 이제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사람의 아들에게 있다
는 것을 보여 주겠다."
그러고 나서 중풍병자에게 "내가 말하는 대로 하여라.일어나 요
를 걷어 들고 집으로 돌아가라" 하셨다.그러자 병자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벌떡 일어나 깔고 누웠던 요를 걷어 들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 하느님을 찬양하면서도 마음은 두려움에 싸
여 "우리는 오늘 참으로 신기한 일을 보았다" 하고 말하였다.
중풍병자는 침상에 누운 채 예수님 앞에 옮겨져 왔다.한 인간이
그곳에 아무 능력도 없이 드러누워 있다. 산다는 것이 그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다.
저 자신에게는 짐이요, 주위 사람들에게도 짐이다. 그런 그가,
모여 있던 우리 모두가 지금 한 가지 희망을 품게 되었다.그리
스도께서 이 사람을 치료하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스도를 찾음으로써 이 사람에게도 인생이 커다란 전환점이
될 줄 누가 알겠는가?
이 중풍환자나 주위 사람들이 기대와 희망으로 이 순간을 지켜
보고 있다. 그런데 주님의 말씀은 어리둥절하게 한다.
"안심하여라, 네가 죄를 용서받았다." 그는 죄 때문이 아니라
육신 때문에 예수님을 찾아온 것인데 예수님은 전혀 다른 입장
에서 판단하신다.
몸이 건강한지 병들었는지 하는 것보다는 우선 영혼이 건강한지
병들었는지, 영적으로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를 보신다. 육체
를 꿰뚫어 마음속을 보신다.
그 중풍병자의 가장 큰 고통은 육신의 병이 아니라 그의 인생을
아무 의미도 없는 짐으로 만드는 하느님과의 격리였다.
자기 힘으로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어떤
사람이 도와주더라도 그렇다. 중풍이나 외적 무능은 이렇듯 영적
비탄의 표시다. 눈으로 보는 사건의 외형 너머로 내적 사건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자신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짐스러운 존재였던 중풍병자가
무거운 침상을 가볍게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게 한다.
『야곱의 우물』 《매일성서묵상》에 나오는 12월 6일자
수원교구 성남동 천주교회 김양요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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