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많은 제자들이 흠모하고 따랐던 세례자 요한은 한눈에 예수님이 걸어오시는 모습을 보고 그분이 오시기로 되어있는 아침 즉 메시아이심을 알아보고 이렇게 외치지 않았습니까?
"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 저기 오신다. 내가 전에 내 뒤에 오시는 분이 한 분 계신데 그분은 사실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계셨기 때문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분을 두고 한 말이다..."(요한 1, 29- 30 참조) 그리고 그는 제자들에게 이런 충격적인(?) 증언도 하였었지요.
“사람은 하늘이 주시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받을 수 없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분 앞에 사명을 띠고 온 사람이라고 말하였는데 너희는 그것을 직접 들은 증인들이다. 신부를 맞을 사람은 신랑이다. 신랑의 친구도 옆에 서 있다가 신랑의 목소리가 들리면 기쁨에 넘친다. 내 마음도 이런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분은 더욱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 27-30)
"당신들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그리스도가 아닙니다. 그분은 내 뒤에 오실 터인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는 사람입니다."(사도 13, 25)
"여인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었다..."라고 예수님께서 칭찬하셨던 위대하고 겸손한 스승 세례자 요한은 마침내 하느님의 때가 온 것을 알고 자기 제자들이 자기를 떠나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를 바라면서 그들을 예수님께 보낸 것이 아닐까요? 그동안 늘 그들에게 들려주었을 다음과 같은 내용의 오늘의 제 2독서 내용을 상기시키면서 말입니다.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참고 기다리십시오. 농부는 땅이 귀중한 소출을 낼 때까지 끈기있게 가을비와 봄비를 기다립니다. 여러분도 참고 기다리며 마음을 굳게 하십시오. 주님께서 오실 날이 가까이 왔습니다. 형제 여러분, 심판을 받지 않으려거든 서로 남을 탓하지 마십시오. 심판하실 분이 이미 문 앞에 서 계십니다. 형제 여러분, 고난을 참고 이겨낸 사람들의 본보기로서 주님의 말씀을 받아 전한 예언자들을 생각하십시오. "(야고 5, 7-10)
그리고 시인 김지하씨는 자신의 감옥살이를 뒷바라지해준 스승인 일속자(좁쌀 한 알) 장일순 선생님을 생각할 때면 언제나 맨 먼저 떠오르는 그분의 말씀 한 마디가 있다고 합니다. 그 말씀이란 아주 간단합니다.
"밑에서 기어라!" 그리고 그는
"우리가 수십 년에 걸쳐 그토록 외쳐왔던 민중민족론의 핵심이 한 마디로 '밑에서 기어라!'가 아닐까?...내가 아집과 과격과 엘리트 의식을 버리고 대중에 대한 봉사운동을 시작한 것은 바로 장선생님의 이 정신을 배우고 나서부터이다. 그 무렵 원주에서 장선생님을 따라 매일 아침 봉산내 다리를 건너서 시내 중심가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곤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과였다. 그런데 20분 정도의 거리를 장선생님은 보통 2시간씩 걸리기가 다반사였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바로 그 '밑에서 기어라' 때문이었다. 내가 보기에 별로 우리에게 도움이 안되고 시간 낭비일 것 같았던 아저씨, 아주머니들, 길가의 좌판 장수, 기계 부속품 가게 주인, 리어카 채소장수, 식당주인, 아니면 농부들, 만나는 사람 한사람 한 사람과 끊임없이 돈벌이 이야기, 아이들 소식, 농사 얘기, 살림살이며 시절 이야기를 나누는데 보통 두 시간 이상이 걸렸으니 말이다. 나는 이 진풍경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민초들의 삶을 걱정하고 그들을 무등태운 채 진흙창으로 기어가야 모두가 산다'는 그분의 산 가르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고 장 일순 선생님을 회고합니다.
자기 제자들에게 스스로 비우고 기는 모범을 보인 세례자 요한과 장 일순 선생은 다시오실 주님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스승과 예언자의 모습으로 밝은 빛을 밝히고 있습니다. 가브리엘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