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되셔서 ♣
[요한 1,1-18]
한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
말씀은 한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이 말씀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생겨난 모든 것이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며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그는 그 빛을 증언하러 왔다.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증언
을 듣고 믿게 하려고 온 것이다. 그는 빛이 아니라 다만 그 빛
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말씀이 곧 참 빛이었다.
그 빛이 이 세상에 와서 이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는데도 세상
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이 자기 나라에 오셨지만
백성들은 그분을 맞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분을 맞아들이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 그들은 혈육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욕
망으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것이다.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 우리는 그분의 영
광을 보았다. 그것은 외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광이었다.
그분에게는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였다.
요한은 그분을 증언하여 외치기를 "그분은 내 뒤에 오시지만
사실은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 때문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
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분을 두고 한 말이다"라고 하였다.
우리는 모두 그분에게서 넘치는 은총을 받고 또 받았다. 모세
에게서는 율법을 받았지만 예수 그리스도에게서는 은총과
진리를 받았다.
일찍이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다.그런데 아버지의 품안에 계신
외아들로서 하느님과 똑같으신 그분이 하느님을 알려주셨다.
아득한 옛일이 생각난다. 돌이켜보니 벌써 20년이 다 된 얘기다.
그러니까 신학생 시절,84년까지 나환자 정착촌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3년여 일하는 동안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며 이젠 그곳의 아이들
로 부터 청년들까지 마음을 나누며 지내고 있다고 느꼈는데, 한
중학생이 불쑥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은 일반인이잖아요." 그랬다.나는 그들이 아니었다.내가
아무리 사랑하고 나누고 함께 울고 웃어도 나는 존재가 달랐다.
나는 태생이 달랐다. 그들은 미감아였고 나는 아니었다.
바로 그때 나는 하느님이 왜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는지,
그것이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를 온몸으로 깨달았다.
그때 나는 이렇게 기도드렸다.
'주님, 제가 이 아이들을 사랑하긴 하지만 나는 나환자는 될 수
없습니다.' 3년여 그곳 아이들과 지내면서 사랑한다고 했지만
실은 사랑한 것이 아니었음을 고백하면서 어찌나 울었던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미안함으로 꽉 막혀온다.
'된다는 것' 그것은 사랑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세계다. 존재의
내어 놓음 없이, 존재의 전환 없이는 불가능한 세계라는 것을
알게 해주셨는데, 나는 되어지고 있는가? 나도 사랑으로
더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있는가?
한처음 계셨던 말씀이,
온 우주만물을 만드신 그분이 창조주이신 그분이
창조물로 이 땅에 오심은 사랑 없이 가능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내 자리를 고집하고 있는 나. 주님의 자비를 구할 뿐이다.
주님, 불쌍히 여기소서. 아멘.
『야곱의 우물』 《매일성서묵상》에 나오는 12월 25일자
《새터 교회》 박 후임 목사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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