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무덤♣
[요한 20,2-8]
안식일 다음날 이른 새벽에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달음질을
하여 시몬 베드로와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다른 제자에게 가서
"누군가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갔습니다.어디에다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고 알려주었다.
이 말을 듣고 베드로와 다른 제자는 곧 떠나 무덤으로 향하였다.
두 사람이 같이 달음질쳐 갔지만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더
빨리 달려가 먼저 무덤에 다다랐다.그는 몸을 굽혀 수의가 흩어
져 있는 것을 보았으나 안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곧 뒤따라온 시몬 베드로가 무덤 안에 들어가 그도 역시 수의가
흩어져 있지 않고 따로 한 곳에 잘 개켜져 있었다.
그제야 무덤에 먼저 다다른 다른 제자도 들어가서 보고 믿었다.
솔직히 고백해야겠다. 이 본문이 날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보고 또 보고,읽고 또 읽어도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없는 답답함에 몇 번이나 열었다 덮었다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사도 요한의 축일이라는 것이 낯설고 생소한 개신교 신자인
나, 예수 탄생 본문 이후에 부활 본문이라니 투덜대며 말씀
을 달가워하지 않은 나를 보며 이른바 열려 있다고 하면서
닫혀 있는 부끄러운 나를 보고서야 말씀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니 요한이 보이기
시작했다. 요한의 몸짓을 통해 나는 서서히 요한이 되어갔다.
그리고 만났다. 새로운 나의 탄생을.
"나는 빈 무덤 안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막달라 마리아가 무덤에서 주님을 꺼내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리 놀라지 않았습니다.
나는 주님이 다시 살아날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주님이 십자가에 달려서 당신 어머니에게 나를 아들로,
내게 주님의 어머니를 내 어머니로 삼으셨을 때 나는 새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나는 요한이 아니었습니다.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로 살아
가도록 이미 부름을 받아 내 안으로 주님이 들어오셨기 때문
입니다. 흩어진 수의를 보았습니다.
베드로를 비롯한 다른 제자들은 모두 달려와 빈 무덤에 들어
갔습니다만 나는 빈 무덤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주님은 내
안에 살아 계셨고, 나는 무덤 밖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내 안에 계신 줄 모르고 나는 아직도 빈 무덤을 찾곤
하는 내 모습을 요한을 만나면서 발견했다. 주님, 제가 당신
으로 태어나게 하소서. 당신을 낳게 하소서. 아멘.
『야곱의 우물』 《매일성서묵상》에 나오는 12월 27일자
《새터 교회》 박 후임 목사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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