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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39) 그 사람들은 지금 행복할까?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12 조회수1,198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5년1월12일 연중 제1주간 수요일 ㅡ히브리서2,14-18;마르코1,29-39ㅡ

 

                  그 사람들은 지금 행복할까?

                                                     이순의

 

 

내가 20대 초반일 적에 거리에 구경이 나서 가던길을 멈추고 섰다. 웅성웅성한 사람들 속에서 내 또래의 어린 처녀가 백일이나 되어 보이는 아이를 강보에 싸서 들고 역시 어려보이는 젊은 청년의 바지가랑이를 붙들고 선혈이 난자가 되게 맞고 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해 보면 그 여인에게 무슨 힘이 그렇게 강하게 있었는지 숙연해지곤 한다. 처음에는 그 여인이 그 남자에게 잘 못을 하여 그토록 얻어 맞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 수록 잘 못 보다 더한 충격 때문에 얻어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연이 어찌되어서 두 젊은 친구는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었고, 그 여인은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백일이 되도록 많이 키웠다. 찬 겨울에 옷도 잘 입혔고, 아가를 쌌던 강보도 좋아 보였다. 아마 집에서 친가의 부모님을 잘 만난 여인이었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남자편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자식이 생긴 것이었다. 그런데 여자가 자식을 낳았으니 혼례를 하여 함께 살자고 한 것이다. 그 남자는 뿌리치려고 했고, 그 여자는 작정을 하고 왔으므로 남자의 바지 가랑이를 놓을 수가 없었다. 구만리 같은 앞길에 족쇠로 다가온 모자를 그 남자는 때리기 시작했다.

 

여인은 그렇게 맞아서 길 바닥에 피가 흥건 했고, 아기를 지키려고 강보를 더 꽁꽁 말아 들었으며, 한 손은 남자의 찢어진 바지 단을 놓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은 사연을 알면 가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와서 구경을 했다. 그럴때 마다 남자는 사람들을 향해 독사 같은 이년하고 살아야 하느냐고? 보지도 듣지도 못한 저놈이 내 자식이라고 믿을 수 있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 보면서 저 아이는 분명히 저 남자의 아이이며, 저 여자는 목숨을 걸고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길바닥도 모자라서 그렇게 똘똘 말아서 지키던 아기의 강보도 서서히 핏물로 얼룩이 져 갔다. 아기의 울음 소리는 하늘을 가르고 여인의 하소연은 땅을 갈랐다.

 

그게 족히 한 나절이었다. 한 네 시간은 그 거리가 피 바다를 이루었고, 여인의 눈은 부어서 떠 있는지 감겨 있는지 모를 상황이며, 입술은 터져서 너덜너덜하고, 이빨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몸은 어떠 했겠는가? 외투는 씨름 하다가 어디에 벗어던졌는지 보이지 않고, 신발도 못 신은 맨발을 바라 보면서 내가 얼마나 울어야 했다.

 

쉬이 끝나보이지 않은 풍경에 나는 거리를 다니며 그 여자의 짐을 주워 모았다. 기저귀며 분유 가방에 외투랑 신발이랑을 주워서 한 곳에 놓았다. 그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입은 옷 마저 버린 여인이 아기를 싼 강보를 안고 남자의 바지단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정오경이 되자 갑자기 그 남자가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내가 모아 놓은 짐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는 몸을 숙여 강보에서 울고있는 아가를 열어보는 것이었다. 일 순간에 여인의 모든 고통은 침묵이 되었고, 구경꾼들도 일제히 묵도하였다. 나는 얼른 그 짐들을 가까이 놓아 주었다.

 

그런데 남자가 아기를 안더니 여자에게 짐을 들으라고 하는 것이었다. 믿어지지 않은 여인이 바지 가랑이를 놓지 못 하고 있을 때, 남자는 강보의 아기에게 얼굴을 묻어서 비비고 있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정지 되었다. 그것을 보고 여인은 얼른 일어나 짐을 챙겨 들었다. 안아픈데가 없었을텐데... 

 

짐을 들고 여자가 다가 오자 남자는 한 쪽 팔로 여자를 안으며 길을 걸어 갔다. 사람들도 소리없이 가던 길을 재촉했다. 나도 내 길을 갔다. 그리고 지금 이십 이 삼년은 지난 일을 생생하게 떠 올려 본다. 그 여자는 지금 행복 할까?

 

그 아기가 자랐다면 그때의 내 나이가 되어있을 것이다. 거리의 아스팔트에 피가 난자하고도 놓치지 않은 여인의 끈은 아이와 아빠의 혈육이었을 것이다. 그 자식에게 아비 없는 아이가 되게 하고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유가 그 여자의 고통을 이겨 살게 한 것이다. 

 

행복하겠지?!

 

ㅡ모두들 선생님을 찾고 있습니다. 마르코1,37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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