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잔
당신께서는 최고의 기술로 우리 자신을 지극히 귀한 금 잔으로 빚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우주의 부러움을 받게 하시고 귀여움을 한 몸에 받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금 잔은 제 구실을 못하고 당신 창조 본질을 잊고 온갖 더러운 것들을 담아 고고하고 아름답던 금 잔은 때가 잔뜩 끼어 검고 추하게 변하여 다른 우주들에게 조롱 걸이가 되고 보기 흉한 흉물로 전락하여 버렸습니다.
문득 정신이 들어 자신의 모습을 들어다 본 금 잔은 일그러지고 그늘진 자신의 짜증스런 모습을 바라보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빚어준 당신을 생각하며 각고의 땀방울과 피눈물로 더러워진 금 잔을 닦아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더럽던 금 잔은 다시 황홀한 금 잔으로 본질을 되찾습니다.
2005년 1월 18일
연중 2주간 화요일
김모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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