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 저에게 이젠 항복하소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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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5-02-16 | 조회수1,037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 퍼온글 ] / 이현철신부님
하느님 저에게 이젠 항복하소서!
<하느님의 항복, 신부의 항복>
어제 저녁엔 성탄 판공성사를 도와드리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2층 유아방에서 고백
성사를 드렸는데 성당쪽으로 향한 대형유리에는 하얀 전지로 차단이 되어 있었고,
또 고해자와의 칸막이에도 흰 종이로 가려져 있어, 저는 이 흰색이 하느님의 항복(?)
을 상징하는 백기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로마유학시절에 성당을 순례하다가 가끔 보는 아름다운 광경은 성당안 고해소에서
고백성사를 보는 모습을 보게 될 때 입니다. 저는 그 진지한 고백성사 광경을 보다
가, 엉뚱하게도 전에 어느 할머니가 고백소 안에서 '신부는 죄인에게 강복하소서!'라
는 기도문을 잘못 보고 '신부는 죄인에게 항복하소서!라고 큰소리로 외쳤다는 에피
소드가 생각이 나, '씨익 하고 웃어 봅니다.
<니들이 고해성사를 알어?>
한때 정치판에서 고해성사를 하겠다고 난리들이었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나도 모
르게 "니들이 고해성사를 알어?"라는 다소 불손한(?) 제목을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고해성사(Sacramentum poenitentiae)는 세례을 받은 신자가 세례를 받은 이후에 지
은 죄에 대하여 하느님께 용서를 받으며, 교회와 화해하도록 해 주는 성사로서, 고해
성사를 준비를 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알아내는 성찰, 알아낸 자신의 잘못
에 대하여 깊이 뉘우치는 통회, 앞으로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해 지혜로 계획하고 마음
을 정하는 정개, 그리고 충실한 고백, 보속에 대한 충실한 실천이 이루어져야 참된
고해성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어기고 형식적이거나 눈가림으로 고해성사를 한다면 또 하나의 독성죄
즉, 모고해(Confessio sacrilega)라는 죄를 짓게 됩니다.
정치판에서 고해성사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미 고해성사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만약에 아직도 안했다면, 이 점을 참조하여 고해성사를 하면 좋겠습니다. 아마 안할
것으로 압니다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다만 앞에서 말씀드린 할머니처럼,
'하느님 이젠 우리에게 항복하소서'라고만 하지 마십시오.
<영혼의 세탁은 전문가에게!>
통풍도 잘 안되는 고백소에서 수시간 앉아 있다 보면,
고백소의 순교자셨던 비안네 신부님, 비오신부님 생각도 나고, 마치 그 고백소가 "하
느님의 자비와 은총의 세탁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남의 빨래를 하다 보면, 내발도 씻어진다는 말처럼, 고백소에 들어 오는 분
도 세탁이 되지만
"주님의 이름으로" 죄를 사하는 제 자신도
세탁이 된다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제에게 가장 힘든 분은 고백성사가 아니라
고발성사를 하는 분입니다.
즉 자신의 죄는 고백하지 않고
열심히 남의 죄를 고발하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의 고발 중에 몇번 주의를 주었는데도
그분들이 못 알아 들으면,
저는 "실례지만 지금 누구의 빨래를 하고 계십니까?" 라고 물어봅니다.
그분들이 그제서야 잘 알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고백성사를 "영혼의 세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통회(불리고),
고백(돌리고 치고),
보속(말리는)을 통하여
하느님의 깨끗하고 거룩하고 자녀로 다시 태어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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