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모두 평화.
나의 왼쪽 팔뒤꿈치를 보면 유난히 까맣게 군살이 많이 붙어 있습니다. 힘이 없는 왼쪽팔이기에 책상에 앉을때도 식탁에 앉을때도 왼쪽 팔뒤꿈치를 습관적으로 걸치기 때문입니다.
늘 여름이 될 때마다 드러내 보이는 왼쪽 팔뒤꿈치때문에 부담스러워 지기도 합니다. 샤워를 할 때 때밀이 수건으로 박박 문질러 보곤 하지만 오랜 기간동안에 그렇게 되버린 것이 하루아침에 보통 살처럼 될 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약간은 부담스럽긴 해도 그리 부끄러워하지는 않습니다.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때문입니다.. 그저 보기에 좋아보이질 않으니 때밀이 수건으로 밀어보고 손톱으로 긁어도 보고 하는 것입니다.
잠시 묵상을 해 봅니다. 샤워를 하면서 또 다시 나의 시선은 왼쪽 팔뒤꿈치에 꼭 머물곤 합니다. 어느 몸 한구석이라도 제대로 되어 있는 곳이 없는 것 같기에 바디로션을 열심히 발라봅니다.
이토록 신경이 써지던 나의 몸 일부일지언정 나에게는 무척 소중한 것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동안 지워지지도 않는 까만 팔뒤꿈치를 긁어내려고 애를 썼을까? 나의 힘듬을 바쳐주기 위해 생긴 까만 군살에 왜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을까?
새삼 나의 뒤꿈치 살에 고마움이 들었습니다.. 보기는 흉했지만 어찌나 고마운 마음이 드는지 만져보고 또 만져보곤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두 생각하기 나름인 것을 언제나 부정적으로 보고만 있었으니 즐거울 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의 부족함을 늘 죄스러워하며 하느님께 향한 마음을 기쁨보다는 두려움속에서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주시는 기쁨을 받아드리기 이전에 난 이런사람인데.. 하는 껍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단단하게 감싸고 있을 줄만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니 몹시 두렵기만 했던 것입니다.
욥기쓰기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까만 팔뒤꿈치가 나의 몸을 바쳐주었듯이. 나의 보잘 것 없는 모습일지라도 모든 것을 다 봉헌해 봅니다.
내 모든 마음에서 쓰실 것은 쓰시고 나머지는 고쳐 쓰시라고 그대로 다 드리면서 기쁨을 갖게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나쁜 것을 전해 주었을 때 전 참으로 기분나빠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무한한 사랑으로 저를 감싸주시기만 하십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자녀로서 마음놓고 드릴 수 있는 특혜가 주어졌으니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고통의 마음을 이제야 훨훨 떠나버릴 것 같습니다. 왜? 진작 깨우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하느님의 큰 사랑을 진심으로 느껴보는 절호의 찬스인 사순시기에 한 발자국을 내 딛어 보며 아침미사 봉헌하러 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하느님 난 당신을 좋아해요~~ 하느님 난 당신을 사랑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더 사랑하고 싶은 날입니다. 행복하세요*^^*
오늘따라 유난히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은 날입니다. 유낙양베로니카의 생활 묵상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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