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순 제4주간 월요일 복음묵상 (2005-03-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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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5-03-07 | 조회수986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예수께서는 그에게 "너희는 기적이나 신기한 일을 보지 않고서는 믿 지 않는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그 고관은 "선생님, 제 자식이 죽 기 전에 같이 좀 가 주십시오."하고 애원하였다. 예수께서 "집에 돌아가거라. 네 아들은 살 것이다."하시니 그는 예수의 말씀을 믿고 떠나갔다.(요한 4, 48-50) 주일 복음을 제외하고는 사순시기 들어 처음으로 요한복음이 등장합니다.
이제 사순 제4주간 월요일부터 성주간 화요일까지 남은 사순시기 동안에
는 줄곧 요한복음을 평일미사의 복음으로 듣게 될 것입니다. 늘 그렇듯이
요한복음에 대한 이해는 각별한 주의를 요구합니다. 요한복음의 서술상
구조가 공관복음의 그것과 매우 다르기 때문인데, 공관복음이 예수의 전
사, 세례자 요한의 활동, 예수의 갈릴래아 활동기, 예루살렘 상경기, 그리
고 예루살렘 활동기의 순서로 대략 짜여있는데 비하여, 요한복음은 크게 1
부와 2부로 짜여있습니다. 제1부는 프롤로그(머리말), 세례자 요한의 활동
과 예수의 갈릴래아 활동기를 담고 있고, 제2부는 예수의 예루살렘 활동기
와 에필로그(맺음말)를 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공관복음이 약 1
년에 해당하는 예수님 공생활의 기간을 다루고 있는 반면, 요한복음은 꼬
박 3년의 공생활 기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것은 요한복음이 예수께서 3
번이나 예루살렘에서 과월절 축제를 지낸 것(2,13; 6,4; 12,12)에 대한 보
도로 추정됩니다. 요한복음의 제2부(13-21장), 즉 예루살렘의 활동기 중에서 반 이상이 십자
가 죽음 직전의 고별사(13-17장)에 치중하고 나머지는 수난과 죽음과 부
활에 관한 보도로 일관하는 관계로 제1부(1-12장)에 예수님의 실제적인
공생활이 집약되어있습니다. 따라서 공생활의 주제를 정리하는 것이 곧
요한복음의 핵심과 목적을 파악하는 길입니다. 요한복음의 저술목적은 저
자 스스로가 밝히고 있듯이 '사람들이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주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20,31)이며, 이 목적을 향한 예수님의 자기계시적 활동이 곧 복음서의
주제인 셈입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요한복음의 기록 하나 하나가 연구되
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기적사화도 그런 경우인데, 우선 공관복
음에 비하여 기적사화도 대폭 줄여 보도하고 있는 요한복음은 '표징'이라
는 개념으로 모두 일곱 개의 기적사화를 전하고 있습니다. 일곱 개의 표징
사화는 ① 가나 혼인잔치의 기적(2,1-11), ② 고관 아들의 치유(4,46-54),
③ 베짜타 못가의 병자치유(5,2-9), ④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6,1-
15), ⑤ 물위를 걸으신 기적(6,16-21), ⑥ 태생 소경의 치유(9,1-12), ⑦ 죽
은 라자로의 소생기적(11,1-44)입니다.
움을 향하여 행하신 원격 치유기적사화로서, 요한복음이 보도하는 가나
혼인잔치에서의 포도주 기적(2,1-11)에 이은 두 번째 기적입니다. 첫 번째
기적을 통하여 제자들의 믿음을 얻으신(2,10) 예수께서는 두 번째 기적을
통하여 고관(원문: 왕궁의 관리)과 그의 온 가족의 믿음을 얻습니다. 여기
서 고관은 마태오와 루가복음이 보도하는 앓는 하인의 치유를 청하는 백
인대장과 같은 인물로 추정됩니다.(마태 8,5-13; 루가 7,1-10 참조) 백인
대장의 믿음과 같이 고관의 믿음은 어떤 기적이나 신기한 일을 보고야 믿
음을 가지는 예수의 고향 사람들의 그것과는 대조를 이루게됩니다. 마태
오 복음에서는 예수께서 "정말 어떤 이스라엘 사람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마태 8,10) 하고 백인대장의 믿음을 높이 평가한 바가 있습
니다. 고관에게 있어서 기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그
는 이미 예수를 믿고 찾아와 아들의 치유를 간청하였으며, "집에 돌아가거
라, 네 아들은 살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통하여 자신의 믿음을 더욱
확신하였습니다. 이 말씀은 비단 고관을 향한 말씀일 뿐 아니라 주위의 모
든 사람들을 향한 말씀이며, 나아가 이 복음을 읽게되는 우리를 위한 말씀
입니다. 오늘 고관의 믿음은 누구에게나 참으로 좋은 귀감이 됩니다.
다인들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오히려 믿음이 기적을 불러오는데, 예수님
의 단지 말씀에 대한 고관의 믿음은 서로 다른 장소에 있던 아들의 치유를
불러오게됩니다. 이렇듯 고관의 굳센 믿음을 통하여 우리는 예수님의 치
유능력이 어떤 장소와 시간에 매여있지 않음을 보았습니다. 이제는 우리
의 믿음을 통하여 이 기적사건이 시공을 초월한 사건으로 오늘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 믿어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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