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적 생활 ♣
제10장
◎ 하느님의 은혜를 감사함.◎
1. 너는 일하러 왔지만 어찌 쉬려고만 하느냐.
위안보다도 인내하는 데에 준비를 다하고 있으라.
환락을 찾느니 십자가를 지는 준비를 하라.
위안과 영혼의 낙을 언제나 누릴 수 있다면
세상의 누가 그리 살려 하니하겠느냐.
과연 영신의 낙은 세상의 모든 쾌락과 육체의 오락을 초월한다.
세상의 모든 쾌락은 헛되든지 깨끗하지 못하지만,
영혼의 낙은 덕에서 우러나오고
하느님께서 깨끗한 마음에 내려주시는 것이니
오로지 기쁘고 영예스러움이다.
그러나 이런 영혼의 낙은
사람이 원하는 대로 언제나 누리지는 못하니
시련의 시간이 오래지 아니해서 오고 마는 까닭이다.
2. 하느님께서 찾아주시는 데 가장 방해되는 것은
정신 자유가 바르지 못한 것과 과도히 자신을 믿음이다.
하느님께서는 즐겨 위로의 은총을 내려 주시지만
사람은 하느님께 감사할 줄 모른다.
우리가 주시는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모든 것을 그원천에 돌릴 줄을 모르기 때문에
은총의 특은이 우리에게 흘러 내리지 못한다.
제대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은총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겸손한 자는 언제나 받고,
교만한 자는 잃어 버릴 것이다.
3. 나는 회심의 정을 없이하는 그런 위안은
차라리 받지 않는 것이 좋고,
교만 하게 만드는 관상은 차라리 하고 싶지 않다.
고상한 것이라 해서 거룩한 것이 아니고,
유쾌한 것이라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원하는 것이 다 깨끗하지도 않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다 하느님의 뜻에 맞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나를 언제나 겸손하게 만들고,
두렵게 하며, 나 자신을 억제하게 하는 은총을 받고자 한다.
은총을 받아 보기도 하고
은총이 없어짐을 경험해 아는 사람은
무엇이나 선한 것은 감히 제게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차라리 자신은 궁하고, 벌거벗은 몸임을 인정한다.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게 돌리고, 네 것은 네것으로 주장하라.
즉 하느님께는 그 은총에 감사하고
너에게는 죄와 죄로 인한 벌밖에 해당되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알라.
4. 너는 언제나 가장 낮은 자리에 있으라.
그러면 높은 자리에 오르리라.
높은자리는 낮은 자리 없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인들은 하느님 보시기에 위대하지만,
자기들 눈에는 낮게 생각한다.
그들이 영광스러울수록 자신을 더 겸손히 생각한다.
그들은 진리와 천상 영광에 충만하지만,
허영을 탐하지 아니한다.
그들은 토대를 하느님 안에 두고 세워나가니,
조그도 자만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무엇이나 좋은 것은 하느님께로 돌리고,
남의 창찬을 구하지 아니하고,
하느님에게서 영광을 첮으려하고,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자신들과 모든 성인들에게
찬양받으심을 원하고, 또 이런 마음으로 하느님께 향해 산다.
5. 그러니 적은 것을 받고도 감사할 줄 알라.
그러면 더 큰 것을 받을 자격이 생기리라.
적은 것도 크다고 생각하고
미소한 은혜라도 특별한 은혜로 생각하라.
네가 주시는 자의 위치를 생각하면
네게 주어진 은혜가 적은 것이 아니고,
소흘하게 여길 것이 못 된다.
그것을 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에 비할 수가 없음이다.
벌을 내리시고 매를 드신다 해도 잘 받아들여야 한다.
하느님께서 무엇을 하시든지
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하시는 것이니,
하느님의 은총을 보존하면서 살고자 하면,
주실 때에는 감사하고 거두시면 인내로히 참아야 한다.
은총을 거두시면 다시 돌려 주시리를 기도하고,
아주 잃을까 두려우니 주의를 기하며 겸손하게 지내야 한다.
◈ 묵 상 ◈
예수께서 나환자 열 명을 고쳐 주셨는데,
열 명 중 한사람만이 돌아와 감사했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은 남에게 신세를 지고도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이다.
열 번 달래서 아홉 번 주고 한 번만 거절해도
아홉 번 준 것은 잊고 한 번 주지 않았다고 원망하며,
심지어는 욕한는 것이 아마도 통례일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니까 보따리 찾아내라 하듯이,
인간은 쉽사리 배은망덕한다.
지혜로운 자는그러기에 남을 도와주되
그저 좋은 마음으로 해주고,
갚음을 받거나 사의를 받을 생각을 아니한다.
우리는 우선 인간에게 신세졌으면
그은혜를 알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하고,
은혜갚을 생각을 해야 한다.
영성생활에 있어 무엇이나 좋은 것은
오롯이 천주께 돌려 감사의 기도을 언제나 드리도록 할 것이다.
생각하면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할 것이 많다.
어떤 사람처럼 미인은 되지 못할 망정
천치바보나 문둥이로 태어나지 않고,
사지가 멀쩡하게 건강한 몸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내 행복의 기초가 되는 하느님을 알게 되고
그 사랑을 느끼게 됨은 얼마나 큰 은혜인가.
그러니 즐거우니 슬프나 언제나 하느님께 감사하며 살 것이다.
◐ 인보성체 수도회의 설립자이신 윤을수(라우렌시오) 신부님께서
두번째로 개정 번역하신 준주성범,[그리스도를 따라]에서 옮겨 적었음.◑
♬ 성체 안에 계신 예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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