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새벽을 열며 / 빠다킹신부님의 묵상글 | |||
---|---|---|---|---|
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5-04-13 | 조회수893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어제 잠든 시각은 12시. 낮 12시에 잠을 잤냐고요? 아닙니다. 밤 12시에
잠이 들었답니다. 보통 분들은 이 시각에 대해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저에 대해서 아시는 분은 저에게 있어 이 시간이
얼마나 놀라운 시간인지를 잘 아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잠자는 시간
은 무척 이르거든요. 남들에게 초저녁이라고 할 수 있는 9시쯤에 저는 잠
자리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밤 12시라는 시간에 깨어있다는 것은 거의 기
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제가 깨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은 그동안 밀린 E-Mail 답장을
하느라 그랬습니다. 계속 성지 경당 공사로 인해서 시간을 낼 수가 없었거
든요. 그래서 ‘내일 쓰지 뭐...’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미루다보니, 마
음속에는 조급한 마음만 자리 잡게 되더군요. 그래서 어제 밤, 인터넷 방
송이 끝난 다음부터 E-Mail 답장을 쓰는데 총력을 기울였고, 자정이 넘어
서야 모든 답장을 보낼 수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답장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장 쓰지 않는다고 제게 어떤 제
재가 들어오는 것도 아닙니다. 또 답장을 열심히 쓰면 금전적인 혜택이 생
기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제가 했던 약속 때문이지요. 제게 E-Mail을 보내
주면 웬만한 E-Mail에 대해서는 답장을 꼭 하겠다는 약속 때문에, 여건이
되는 한 답장만큼은 꼭 하려고 노력합니다.
2001년 6월부터 오늘 새벽까지 저는 인터넷에 저의 묵상 글을 계속 써왔
습니다. 이 새벽 묵상 글 역시 꼭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는 것이 아니지
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에 글을 올리게 되었고, 그 일이 계기가 되
어 5년째 이 묵상 글을 써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저한테 했던 하나
의 약속, 즉 매일 복음 묵상을 하겠다는 약속 때문에 이렇게 계속하고 있
습니다.
약속은 때로는 나를 무척이나 불편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약속의 이행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우선 사람들의 신뢰를 얻게 됨으로써 많은 지인들이 제 곁에서 저와 함께
해주십니다. 또한 제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도 큰 도움을 얻게 됩니다. 전
에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글을 무척 못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남들
다 받은 적이 있다는 초등학교 때의 글짓기 상장이 하나도 없는 제가 책을
두 권이나 출판하고, 또 사람들의 칭찬까지 받고 있다는 것. 이것보다 큰
성장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이런 약속을 해주십니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모두 살릴 것이다.” 그래서 그 약속의 이행을 위해 고통의 십자가를 지시고, 그 십자가에서 죽
음을 맞이하십니다. 하지만 그 약속의 이행이 결코 이런 고통만을 가져오
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시지요. 부활의 영광이 이 약속의 이행 끝에 있음을
가리키십니다.
이제 우리 역시 이런 당신을 따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처럼 내 주변
에 있는 모든 이들을 살릴 수 있는 약속을 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용서하고, 더 많이 행복할 수 있는 노력을 하라고 하십
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힘들고, 내게 이득이 되는 것 같지 않지만, 그 모
든 행동들이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따르겠다는 약속을 합시다. 그리고 그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
을 합시다. 그때 주님께서는 더 큰 선물로 내게 다가올 것입니다.
내가 한 약속은 꼭 지킵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