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제7주간 수요일 복음묵상(2005-05-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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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5-05-11 | 조회수852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이 사람들이 진리를 위하여 몸을 바치는 사람들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곧 진리입니다.아버지께서 나를 세상에 보내신 것같이 나도 이 사람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요한 17, 17-18)
들을 영광스럽게 하소서. 세상이 있기 전에 아들이 누리던 그 영광을 아버
지와 같이 누리게 하소서. 이는 아들이 당신을 영광스럽게 하기 위함이며,
제자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함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
나 어제 기도의 주제가 아들 자신의 영광을 간구하는 기도라고 했지만 결
국은 아버지의 영광과 제자들의 영원한 생명을 바라는 기도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영광과 제자들의 영원한 생명은 무엇보다도 아들이
자신의 파견사명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요한복음
저술의 목적은 "사람들이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
고, 또 그렇게 믿어서 주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
다."(20,31)입니다. 예수께서는 이 사명을 아버지로부터 받아 이 세상에 파
견되었으며, 이제 이 사명을 충실히 완수하심으로써 우선 제자들이 영원
한 생명을 얻게 되었고, 이를 통하여 아버지께서 영광이 드러나게 된 것입
니다.
오늘 복음은 '대사제의 기도' 두번째가 봉독됩니다. 그 첫 부분(9-10절)은
어제 복음에서 이미 시작되었는데, "나는 이 사람들을 위하여 간구합니다.
세상을 위하여 간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내게 맡기신 이 사람들
을 위하여 간구합니다. 이 사람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입니다. 나의 것은 다
아버지의 것이며 아버지의 것은 다 나의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로 말
미암아 내 영광이 나타났습니다."(9-10절) 예수께서는 자신의 두 번째 기
도가 제자들을 위한 기도이지 세상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이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세상은 그
자체로 하느님 사랑의 대상이지만 이 세상이 아들을 제대로 알게 되기 전
까지는 남아 있는 제자들에게 있어서 세상은 미움과 증오와 박해의 주체
입니다. 그래서 스승께서 제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께로부터 나와서 세상에 왔다가, 이제 세상을 떠나 다시
아버지께로 돌아가셔야 하기 때문에(16,28) 세상에 남게 되는 제자들을 위
하여 아버지께 간구하시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인 것처럼 제
자들의 일치를 위해 기도하시고(11-12절), 세상의 악으로부터 제자들을
지켜주실 것을 기도하시며(13-16절), 마지막으로 제자들이 진리를 위하여
몸을 바치는 사람들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십니다(17절). 진리는 다름
아닌 하느님의 말씀이고 진리를 위해 몸을 바친다는 것은 우선 진리를 통
하여 거룩해짐을 의미하며, 거룩해진 제자들을 예수님은 세상에 파견하시
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자들은 세상 안에서, 세상을 위한 하느님의 표지가
되는 것이고, 제자들은 세상에 대하여 자신의 몸을 바침으로써 이 표지를
증거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느님이신 예수께서 자신의
몸을 바치심으로써 누리시는 그 기쁨을 제자들도 마음껏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13절)
머지않아 제자들은 세상에 파견되는데, 그들이 살고 또 살아야만 하는 세
상에 파견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세상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예수님
은 말씀하시지만 그렇다고 제자들이 세상에 아무 쓸데없다거나 세상과 아
무 상관없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세상은 변했습니다. 이제 세상은 예
수의 말씀을 들었고, 그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제자들 또한 예
수의 말씀을 들은 이상 이전의 사람들이 아닌 것입니다. 제자들은 이제 스
스로가 하느님의 나라가 되었으며, 새로운 창조의 시금석이 되었습니다. 이제 제자들은 이 세상으로부터 선별되어 따로 모여지는 것이 아니라 세
상에로 흩어집니다. 즉 세상 안으로 파견되는 것입니다. 세상은 제자들이
하느님 말씀의 씨앗을 뿌려야 하는 작업장입니다.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 열매를 맺고 안 맺고는 제자들의 책임입니다. 오직 농부만이 수확
의 기쁨을 압니다. 열매를 맺고 자람이 얼마나 벅찬 기쁨으로 다가오는지
그래서 예수님은 그렇게 되도록 바라면서 자기 제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시
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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