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새벽을 열며 / 빠다킹신부님의 묵상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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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5-05-19 | 조회수884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어떤 왕이 수백만 개의 거울이 달린 큰 궁전을 지었습니다. 그곳에는 모든
벽이 거울로 뒤덮여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개 한 마리가 그 궁
전 안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그 개는 거울에 비친 수백만 마리의 개들을
보았지요. 그리고 일순간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하면서 바짝 긴장
하며, 큰 소리로 짖어댑니다. 그러자 자신의 눈에 보이는 그 수백 만 마리
의 개들도 동시에 짖기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다음 날 아침에 그 개는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 개는 혼
자 그곳에 있었고, 그곳에는 오직 거울들만 있었지요. 사실 아무도 그 개와 싸우지 않았고, 싸울 만한 누구도 그 안에는 없었습
니다. 단지 그 개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고 곧 두려워졌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싸움을 하려고 덤벼들었지만, 수백만 마리의 개들도 같이 덤
벼들었던 것이지요.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도 일상의 삶에서 이러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
습니다. 즉, 그 누구도 나를 위협하고 있지 않은데 또한 나에게 해를 끼치
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겁먹고 그래서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못했던 것은
아니었는지요? 어제는 인천 가톨릭 대학교에서 강화 지구 신부님들의 체육대회가 있었습
니다. 그리고 정말로 오랜만에 축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몇 번 공
을 차보니, 도저히 잘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때는 조금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시합에 앞서 연습을 하면서 공을 차보니 너무나 힘들
더군요. 제 뜻대로 공을 찰 수 없는 것은 물론, 조금 뛰니까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입니다. 아무튼 자신은 없었지만, 시합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아주 멋진 헛발질을 하고 말았지요. 또 골키퍼와 1:1의
상황에서도 엉뚱한 곳으로 볼을 차서 사람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더욱더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축구 선수도 아닌데 뭐....’ 그렇지요. 저는 축구 선수가 아닙니다. 따라서 축구 선수처럼 그렇게 잘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마치 정말로 축구 선수인 듯이 착각을
했었고, 그래서 자신감을 잃었던 것이 아닌가 싶네요. 결국 그런 부담감을
모두 놓았을 때, 오히려 더 볼을 잘 찰 수 있었습니다. 글쎄 골도 한 골 넣
었다니까요……. 우리들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은 스스로 할 수 없다는 용기의 상실이 아닐까
싶네요. 굳센 용기만 있다면 그렇게 힘든 세상도 아닌데 말이지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죄에 대한 아주 섬뜩한 말씀을 하십니다. 글쎄 죄를 짓
느니 차라리 불구의 몸이 되는 것이 낫다고 말씀하시지요. 이런 말씀을 들
으면 솔직히 주님을 따르는데 자신감을 잃게도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들
은 너무나 죄를 많이 짓고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일찌감치 주님의 길을 가
는 것을 포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죄에 대한 유혹이 생길
때, 처음부터 단호한 마음으로 끊어버려야 한다는 뜻으로 하신 말씀이었
지요. 바로 주님을 따르는데 있어서 자신감을 잃었기에, 주님께서 의도하
신 원래의 뜻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자신감을 가지고 용기 있게 죄의 유혹에서 벗어나길
원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앞서 나오는 그 개처럼 자신의 모습을 보
고서 지레 겁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는지요? 오늘도 용기 있게 주님의 뜻을 따르는 날이기를 지향하여 봅니다.
겁먹지 맙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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