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1주간 금요일 복음묵상(2005-06-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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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5-06-17 | 조회수989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면 온몸이 밝을 것이며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이 어두울 것이다."(마태 6, 22-23a) 마태오는 오늘 복음에서 재물과 눈의 상징어를 어록에서 비교적 충실히
옮겨 적습니다. 예수께서는 재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고 하늘에 쌓아 두라
고 가르치시는데, 땅위에 쌓아둔 재물은 좀과 녹과 도둑의 대상이 되지만
하늘에 쌓아둔 재물은 안전하다는 것입니다.(19-20절) 그러나 대부분의
부자들은 "나는 내 재산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
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문제는 재물이 있는 곳에 생각만 있는 것이 아
니라 마음까지 있다는 것입니다.(21절) 재물에 마음을 두는 것은 곧 재물
에 눈이 어두운 것과 같습니다. 눈이 몸의 등불이듯이 마음은 영혼의 등불
입니다. 재물에 눈이 어두워지면 마음까지 어두워지는 것은 당연지사, 영
혼을 밝혀야 할 마음의 빛이 빛이 아니라 어둠이라면 그 고통이 얼마나 심
하겠습니까?(23절)
예수님 당시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누가 부자다" 할 때는 부의 척도를 세
가지로 보고 있는데, 1) 값지고 정교한 좋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 2) 곡간
에 많은 곡식을 쌓아두고 있는 것, 3) 집안에 금은 보화를 가지고 있는 것
이었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부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
님은 바로 이 세 가지를 하나 하나 들어, 그런 것에 마음을 두지 말고, 하
늘에 두라고 하십니다.
즉, 첫째로 값지고 정교한 좋은 옷은 좀 먹게 되고 변질되어 못쓰게 되는
그런 것들을 소유하는 것은 영구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녹이 쓴다
는 말은 그들의 말에 "먹어버린다"라는 것을 의미했고 창고에 쌓아 둔 그
러한 부도 녹슬거나, 벌레나 쥐가들어 먹어버리기에 영구히 소유할 수 없
음을 지적하시면서 하늘에 쌓아 두라고 하십니다. 세째로 도둑이 많고 들
어와 훔쳐간다는 말은 그들의 집이나 담은 대개가 진흙으로 만들었기에
도둑이 그 담의 흙만을 파내면 얼마든지 들어가서 집안에 숨겨둔 보물을
가져갔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도적의 손에 좌우되는 그런 보물을 지키기
에 영구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그렇게 귀하다는 이 모든 것
이, 그 무엇도 자신이 끝내 지킬수는 없으며, 그것을 지키고 그것을 가지
고, 그것을 모으고 하다보면, 마음이 재물과 보화로 사로잡혀 어두어 진다
는 것입니다.
유대인들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모노바즈 라는 사람은 흉년이
들었을 때, 그의 모든 재물 보화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의 형제들이 사람을 보내어, "그대의 조상들은 재산을 모았고, 그들의
유산에 재산을 더 보태었는데, 이제 그대는 그대의 재산과 조상의 재산을
모조리 흩어 버렸도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그들에게 말하기를,
"나의 조상은 땅을 위하여 재산을 모았고, 나는 하늘을 위하여 보화를 모
았습니다. 우리 조상은 사람의 손이 다스릴 수 있는 곳에 보화를 쌓아 두
었으나, 나는 사람의 손이 통치할 수 있는 곳에 보화를 쌓아 놓았습니다.
나의 조상들은 이 세상에 보화를 모았고, 나는 장차 올 세상에 보화를 모
았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빛을 영혼에 비추며 사는 방법은 재물을 하늘에 쌓아두
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하늘에 재물을 쌓는 것일까요? 그것은 하느님께
서 우리에게 왜 재물을 주시는지를 생각해 보면 될 일입니다. 재물은 "쌓
아두라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재물은 "쓰라고" 주어지는 것입니다. 구
약성서에 나오는 "만나" 이야기를 읽어 보면, 야훼께서 모세에게 "이제 내
가 하늘에서 너희에게 먹을 것을 내려 줄 터이니, 백성들은 날마다 나가서
하루 먹을 것만 거두어들이게 하여라"(출애 16,4)고 분부하였지만, 모세의
당부를 어기고 내일 양식을 걱정한 "그들이 남겨 둔 것에서는 구더기가 끓
고 썩는 냄새가 났다"(출애 16,20)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재물은 모아두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입니다. 우리가 소유한 재물은 개인의 정당한 권리 속에 공동선을 위해 사용될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닙니다. 그러나 요즘은 개인의 소유만 지나치게 강조되
고 공동선을 위한 사용은 약화됐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
리가 창고나 금고나 은행에 모아둔 재물에도 구더기가 끓고 썩는 냄새가
나고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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