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예수께서 배에 오르시자 제자들도 따라 올랐다.
그 때 마침 바다에 거센 풍랑이 일어나 배가 물결에 뒤덮이게
되었는데 예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곁에 가서
예수를 깨우며 “주님, 살려주십시오.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
하고 부르짖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그렇게도 믿음이 없느냐? 왜 그렇게
겁이 많으냐?” 하시며 일어나서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자
사방이 아주 고요해졌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도대체
이분이 누구인데 바람과 바다까지 복종하는가?” 하며 수군거렸다.
(마태 8,23-27)
『야곱의 우물』《매일성서묵상》
◆나는 가끔 신자들에게 언제 기도하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신자들은 부끄러워하며 급할 때라고 말한다.
가족이나 아는 이가 사고로 다쳤을 때 우리는 얼마나
다급하게 기도하는가? 그러면서 이번만 낫게 해주시면
제가 무엇무엇을 하겠습니다라고 하느님과 흥정한다.
그런 자신임을 알기에 부끄러워하는가 보다. 그런데 나는
이 사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바로 이 급할
때의 모습이 우리 모습이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우리는
우리가 무언가를 아주 잘할 수 있는 것처럼,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데 막상 어떤 일에 부딪치면
그렇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인정하는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난한 처지가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제자들은 거센 풍랑에 배가 뒤집히는 상황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저 예수께 “주님, 살려주십시오.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라고 부르짖는다. 이 가난한 처지에 놓인
우리는 기도할 수밖에 없다. 마치 포도나무 가지가 나무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말라비틀어져 불속에 던져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기에 기도할
수밖에 없고, 그 기도로 하느님과 하나 되는 것이다.
서철 신부(청주교구 성소국장)
[영성체후묵상] 어리석은 사람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귀담아듣지 않고 무시하며 사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