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세상
가로수에 기대어 오는 비를 흠뻑 맞으며 비를 잔뜩 머금은 하늘을 치켜 보며 하루 일당을 날씨가 삼켰다고 원망하는 술 취한 일용 잡부 젊은 청년과 아저씨.
간신히 몸 하나 비닐 포장에 숨겨 비를 피하고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원망하며 우산 쓰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열무 몇 단 대파 소파 몇 단 펴놓고 파는 허리 잔뜩 굽은 할머니.
추녀 끝에 몸을 피하여 리어카에 잔뜩 실은 폐지와 폐 박스들이 비에 흠뻑 젖는 것을 속절없이 바라보며 하루 소득을 비가 먹어 버릴까봐 노심초사하며 내리는 비를 원망하는 주름이 깊이 패인 할아버지.
겹겹이 옷을 끼어 입고 비 내리는 거리를 허허대며 걷다가 뛰었다 가 하늘을 보면서 춤을 추었다 하면서 세상을 원망하는 주문을 소리치고 맨발로 빗속을 방황하는 아주머니.
2005년 6월 30일 연중 13주간 목요일 김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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