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4주간 월요일(믿음)♣
예수께서 말씀을 하고 계실 때에 한 회당장이 와서 예수께 절하며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집에 오셔서 그 아이에게
손을 얹어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하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일어나 그를 따라가셨다. 마침 그때에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병을
앓던 어떤 여자가 뒤로 와서 예수의 옷자락에 손을 대었다. 예수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나으리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예수께서 돌아서서 그 여자를 보시고 “안심하여라,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하였다” 하고 말씀 하시자 그 여자는 대뜸 병이 나았다. 예수께서 회당장의
집에 이르러 피리 부는 사람들과 곡하며 떠드는 무리를 보시고 “다들 물러
가라. 그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잠들어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코웃음만 쳤다. 그 사람들이 다 밖으로 나간 뒤에 예수께서
방에 들어가 소녀의 손을 잡으시자 그 아이는 곧 일어났다.
이 소문이 그 지방에 두루 퍼졌다.
(마태 9,18-26)
『야곱의 우물』《매일성서묵상》
◆성서에서 말하는 믿음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 듯합니다. 믿음이란
안간힘을 다해서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어떤 성과물(사업·학업·기술
획득·과학 등등)처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힘으로는 더이상
손쓸 수 없는 곳, 모든 가능한 시도가 고갈되고 바닥난 상황에서 드러나는
어떤 것 같습니다. 바로 거기서 하느님의 자비가 이루어진다는 건 어찌
보면 믿음이란 하느님 현존과의 양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비스럽게도
믿음도 구원적 만남도 늘 거기서 시작되고 그곳에서 이루어지니 말입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서 간절히 그리고 전념하여 ‘예수를 향해’ 자신을 내던지고
있는 두 사람과 예수님의 만남을 상상해 봅니다. 두 사람은 종교적으로나
정치 사회적으로나 양극점에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성별만 보더라도 그렇
습니다. 두 사람은 어쩌면 이 지상의 모든 다양한 사람들이 다 치유(구원)의
은총을 받았다는 상징으로도 읽혀집니다. 두 사람의 처지가 서로 다르다 하더
라도 이들에게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전부를 던져
예수님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실제로 ‘방향을 바꾸어 돌아섬,
하느님께 향함’이라는 본래적 의미를 지닌 ‘회개’의 모습이고, 두 사람의
믿음은 모두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내 믿음이 빈곤했던 이유도 경건한 기도나 전례 참석, 성실한 영적
독서의 부족이라기보다 회당장의 집 앞에서 곡을 하던 사람들처럼 합리적인
지성 때문에 그리고 어쩌면 성취에 대한 열정적 신념 때문에 하느님을 향해
셈 바치는 가짜 신심에서 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내 믿음의 위기는
하느님을 열렬히 찾지 않아서가 아니라 여전히 내 힘으로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숨은 오만 때문입니다.
강신숙 수녀(성가소비녀회 광주대교구 비아 분원)
[영성체후묵상]
사람은 늘 하느님 안에서 께어 있어야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것입니다.봄이 오면 생기가 돋고 생명력이 넘치는 것과 마찬
가지로 주님의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면 늘 우리는 죽음
에서 생명을 찾아서 다시 살아 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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