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부부
길을 보지 못하는 그들이 길을 묻는다. 침술원이 어디냐고 길을 보지 못하는 그들에게 저기 있어요. 손으로 가리키다가 말문이 막힌다.
소매를 잡고 길을 간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눈을 감아본다. 두 눈 멀쩡히 뜨고 살면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엄살 떤 적 있었던가
침술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캄캄하다. 귀를 쫑긋 세우는 맹인 침술사 불도 켜지 않은 채 맹인부부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눈다.
거리로 나서는 순간 눈앞이 캄캄하다. 햇살이 더 어둡다.
글:안상학 시집 '오래된 엽서'에서
음악:Nana Mouskouri 'Schubert Serenade'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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