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소동
장마전선이 밤새 비를 뿌린 아침이었습니다. 유치원으로 향하던
아이들이 길에 멈춰 선 건 지렁이를 발견하고서였습니다.
보기에도 징그럽고 무섭기까지 한 그 지렁이를 유치원 아이들이
손바닥에 모셔가지고 원장 수녀님께 달려갔습니다.
"수녀님 이거 보세요. 자동차에 지렁이가 깔렸어요. 그래서
두 토막이 났어요." "운전사 아저씨 나빠요." "지렁이가 너무
불쌍해요." "너무 슬퍼요."
두 토막 났으나 아직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성모상 발치에
데려다 놓으며 아이들이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입니다.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란 이를 두고 한 말일까요?
기쁜 마음속에 숙연함이 떠나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글: 황종렬 음악:'천사의 멜로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www.asemans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