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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아, 참으로 네 믿음이 장하다! 네 소원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마태오 15, 28)
유고슬라비아에서 내전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의 일입니다.
일찍이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뉴욕에 자리잡고 살던 유고 출신의 가족이 있었는데 고국에 남겨두고 온 가족들의 안부가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매일같이 시가전이 벌어지는 처절한 살육의 전쟁 속에서 전화도 다 끊기고 식량 공급도 매우 어렵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생필품 몇 가지를 싸고 조카들을 위한 사탕 몇 가지를 꾸려 소포로 붙였습니다.
이 소포가 제대로 들어갈 수 있을까하고 궁금해하며 지낸 몇 달 후, 유고의 삼촌으로부터 답장이 왔습니다. 얼마나 여러 곳을 경유해서 왔던지 겉봉이 너덜너덜했는데 내용인즉, "보내준 선물은 정말 요긴한 것들로써 뭐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염치없는 부탁 같다만 지난번에 보내준 '만병통치약'을 좀 더 보내줄 수 있는지 모르겠구나. 그 약이 얼마나 효험이 좋던지 오랫동안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숙모의 다리도 다 나았고 천식으로 고생하시던 할머니의 기침도 다 멎었다. 게다가 소화가 안 될 때도, 감기에 걸렸을 때도 그 약만 먹으면 신통하게 낫더구나."
미국에 있는 식구들은 머리를 맞대고 지난번에 무슨 약을 보냈는지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 봐도 만병통치약 같은 것을 보냈던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즉시 그 약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편지를 보냈지만 소식이 없었습니다. 조급해진 미국의 식구들은 아이들 몫으로 사탕을 좀 더 많이 넣은 후 먼저 보냈던 것과 비슷한 내용물의 소포를 다시 보냈습니다.
지루한 몇 달이 지나고 고향으로부터 한 장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중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쓴 편지였습니다.
"특별히 저희가 부탁한 만병통치약을 많이 보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가족 중에 영어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저 혼자 뿐이라서 보내주신 약에 대해 제가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저희 가족을 살려준 그 기적의 약은 맛도 좋을 뿐 아니라 빛깔도 색색이 다른 신비한 약이더군요. 그 약의 이름은 'Life Saver'입니다."
'라이프 세이버'는 한국 전쟁 중에 미군들을 통하여 이 땅에 들어왔던 드로프스 형태의 동그란 다양한 색깔과 각기 다른 맛을 내는 맛난 사탕의 상표 이름입니다. 아무튼 그 중학생은 '라이프 세이버'라는 사탕의 이름을 글자 그대로 '생명을 구하는 약'으로 번역하고 이해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약효도 하나도 없고 단순한 사탕이었지만 그 사탕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있던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기적을 일구어 냈습니다. 이토록 믿음은 놀라운 변화와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