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네 에어컨
아토피성을 달고 사는 민혜의 간절한 요청에도 아랑곳, 밤이 아니라는 이유로 민혜네 엄마는 불가결정을 내립니다.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민혜네 아빠는 30도를 넘어선 일요일의 바깥 기류도 불안하고 집안의 기류도 불안한 나머지 담배를 꺼내듭니다. ‘어서 밤이 왔으면…… 우리 딸이 원하는 밤이 왔으면……!’
민혜네 아빠의 소원대로 밤이 찾아오자 두 사람의 팽팽한 기싸움도 시나브로 서편으로 기울고, 그새 민혜는 선선한 에어컨 바람에 잠이 들었나봅니다. 민혜가 걷어찬 이불을 덮어주다 말고 민혜네 아빠는 아내 대신 딸에게 사과를 합니다.
“미안하다, 딸아. 아빠가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런데 딸아, 밤이 되어야 에어컨을 켜게 하는 엄마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수도세 한 푼, 전기세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깍쟁이 엄마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무슨 수로 집을 장만할 수 있었겠니. 아마 엄마도 오늘 우리 민혜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을 거야.”
글:아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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