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사람들은 못 말려요
심어놓은 고추 모에 진딧물이 끼어서 유기농 생산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는 ‘미안하다’ 하면서 손으로 지그시 눌러죽이라고 말했습니다. 제 심성이 고우니까 잘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장갑을 끼고 잎사귀 뒷면을 누르면서 그대로 했습니다. 유기농 생산자들 마음은 못 말린다는 생각으로 웃으며 했습니다.
어느 날 그가 우리 집에 왔습니다.
저는 “저 지붕 위에 벌이 집을 지었는데, 어떻게 떼어내요? 그리고 지네나 벌레가 들어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하고 물었습니다.
“심심할 때, 창문을 내다보면서 벌들이 움직이는 것도 관찰하고, 그것을 글로 써봐요. 그리고 왜 자연에 와서 자연을 퇴치하려고만 해요? 참, 도시 사람들은 못 말려요.”
그는 산에 다닐 때 뱀을 보면, ‘이 길이 내 길은 아니지만 좀 지나가겠다’고 말한답니다. 그러면 뱀이 가만히 있다나요? 자연과 하나된 유기농 생산자의 마음을 뱀도 아는가 봅니다.
글:새벽바다 사진:새벽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