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식당을 나올 때나 술을 마시고 나올 때, 가장
먼저 기다려주는 이가 있습니다.
어느 날은 단발머리 소녀처럼 가지런한 모습으로 또 어느
날은 여기저기 짓밟힌 얼굴로 기다려주는 이가 있습니다.
주인이 아무리 화가 나 있어도 순종과 복종으로 책임을
완수하는 구두입니다.
이만큼 오래도록, 그리고 끝까지 기다려준 이가 세상에
또 얼마나 있을까요?
주인은 잠들어도 고마운 구두는 현관문에 가지런히
놓여 오늘도 아침을 기다려주었습니다.
글:두엄 사진:서장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