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럭키
어느 날 아침, 한가로이 강물을 바라보며 아침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또랑또랑한 소리로 '굿모닝, 마담'하며 복권을
사라고 한다. 남자같이 짧은 머리에 허름한 차림이지만 눈만은 초롱초롱하다.
영어를 하는 것이 신기해서 '영어 어디서 배웠느냐'니까 도리어 어디에서
왔느냐, 이름이 무엇이냐는 등 간단한 '신원조회'를 한다. 그런 후 자기는
아침에는 복권을 팔고 오후 늦게 학교에 다닌다고 했다. 궁금한 마음에 왜
그때 학교를 가느냐니까 오후에 문 여는 학교는 수업료가 없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놀랍다. "아이 엠 럭키(나는 운이 좋아요)!"
귀를 의심하며 놀라서 그 아이를 쳐다보았더니, 여전히 생글생글 눈을
빛내면서 이렇게 말한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앵벌이였어요. 거리에서 징징거리며 구걸하는
거지요. 그때는 복권을 사다 팔 돈이 없었거든요.
우리집이 정말 가난했어요.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가 자주 피를 팔아서 먹을 걸 사야 했으니까요.
그러다가 내가 돈을 조금 모아 복권을 팔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구걸하지
않아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우리 언니는 아직도 구걸을 하고 있는데,
언니는 복권 파는 것보다 그게 더 좋대요. 바보같이."
아주 짧은 영어지만 뜻은 다 통한다. 아침에는 복권이나 개비 담배 등을
팔고 오후에는 무료학교에 다니는 가난한 여자아이가 자기는 운이
좋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꼭 안아주고 싶은 기특함과
어디로 숨어 들어가고 싶은 부끄러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소위 돈 많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 그래서 온갖 호사를 누리고 있는 우리들 중 누가
이 꼬마처럼 자신있게 자신을 행운아라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사소한 불편함이나 어려움에도 엄살과 투정을 부리고 사는 것은
아닌가? 행복의 조건이란 이런 것이라고 외부적인 것으로만 정해놓고,
자기가 행복하지 못한 것을 몽땅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지는 않은가?
글: 한비야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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