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의 기도
언젠가 드 멜로의 책에서 읽은 감동적인 대목이 있습니다.
어느 때 어느 곳에 성자가 살았답니다. 하느님은 천사를 시켜 그에게 큰 상을 내려 칭찬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성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천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아 딱 한 가지만 이야기해보라고 하였습니다. 한참을 생각하던 성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가장 소망하며 바라는 것이, 그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지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천사는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는 말을 남긴 뒤 돌아갔습니다. 그 후 성자는 옛날과 똑같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길을 가다 만난 사람이거나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면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것들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성자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으며, 그 마을 사람들이나 그를 만난 사람들 역시 그 성자 때문에 소망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 성자는 죽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가 그렇게 살다 죽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하느님과 천사만이 아는 일이었습니다.
글:김조년 사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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