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
글 이재복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운 지붕위 보름달 닮은 둥근 박
이즈러진 굴뚝 허름한 녹슨함석
무너지다 멈춘 담장
너풀거리는 빛 바랜 문풍지
어머니 모시치마 저고리 걸렸던 홧대
아버지 적삼 걸렸던 홍두께
소쿠리 구럭 올려진 설겅
할아버지 신발 곱던 댓돌이며 할머니 놋요강
바위파서 가루내던 돌 절구
마당에 깔아놓은 맷방석
꿈에서 조차 그리운 정든 집
아무도 !
아무것도 없습니다
꽉 막힌 가슴 부여앉고
하나식 지워야 하려나 봅니다
비우고 비워 텅비면 참죽나무 한그루와
간신히 살아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 마음에 심고
님들찾아 가렵니다
주막도 없는 먼길 머믓머믓 가렵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05. 09. 19. **心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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