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글] 강같은 당신 마음에 저의 마음을 담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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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햇님이 고운 얼굴을 내미는 아침,
낮은 강둑에 앉아 바라봅니다.
내려다보이는 강물도 이 하루를 준비하는가 봅니다.
어디로부터 부지런히 흘러왔는지
수면 위로 갈길을 가리키는 물보라가 여기저기 부산합니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잠시도 마음을 놓지 않게 하는 그 강은
오늘도 잔잔한 은빛 물결로 나를 일으켜세웁니다.
예수님
당신의 강에 얼굴을 비춰봅니다.
내 마음의 거울 같으신 분,
내가 미소를 띠고 바라보면
그보다 더한 함박웃음으로 나를 바라보시며,
내가 사랑스런 표정으로 내 자신을 바라보면
나보다 더 나를 사랑스러워하시는 당신입니다.
그런 당신이신데,
부산하게 변화하는 표면의 물살처럼 비춰진 내 마음,
오늘따라 종잡을 수 없습니다.
분노하는 마음 하나가 돌멩이 되어
가눌 수 없는 물거품을 쏟아내고,
증오하는 마음 하나가 당신을 거스르기라도 하겠다는 듯
정해진 물결을 역류하며
온통 그 마음을 토해냅니다.
용서는 내가 하는 게 아닙니다.
용서는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닙니다.
나는 용서하고 싶었지만,
기어이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용서는 당신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용서하지 못하는 나,
그리고 용서받지 못하는 그를 위해서
당신의 용서를 원하는 게, 내가 할 일의 전부입니다.
비록 흔들리는 수면 위의 모습이지만
깊고 깊은 당신의 강은
이런 마음을 아시고 한 품으로 안아주셨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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