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새벽을 열며 / 빠다킹신부님의 묵상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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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5-09-27 | 조회수921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
2005년 9월 27일 성 빈체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
제1독서 즈가리아 8,20-23
만군의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앞으로 많은 민족과 여러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이리로 모여올 것이다. 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도시로 가서 ‘주님께 나아가 자비를 빌자. 만군의 주님을 찾으러
가자. 나는 이렇게 나섰다.' 하고 말하면, 많은 민족과 강한 나라들이 예루살렘으로
만군의 주님을 찾아와 주님의 자비를 빌게 될 것이다.” 만군의 주님께서 이렇게 말
씀하신다.
“앞으로는 말이 다른 종족의 열 사람이 유다 사람 하나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느님
께서는 당신들과 함께 계신 줄 압니다. 그러니 우리도 함께 데려가 주십시오.' 하고
부탁하리라.”
복음 루가 9,51-56
예수께서 하늘에 오르실 날이 가까워지자 예루살렘에 가시기로 마음을 정하시고 심
부름꾼들을 앞서 보내셨다. 그들은 길을 떠나 사마리아 사람들의 마을로 들어가 예
수를 맞이할 준비를 하려고 하였으나 그 마을 사람들은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가신
다는 말을 듣고는 예수를 맞아들이지 않았다.
이것을 본 제자 야고보와 요한이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내리게 하여 그들을
불살라 버릴까요?”하고 물었으나 예수께서는 돌아서서 그들을 꾸짖고 나서 일행과
함께 다른 마을로 가셨다.
교자들의 삶과 뜻을 본받아서 더 열심한 신앙인 되자는 다짐을 하는 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현양대회는 교구 평협 주관이지만, 여기에 살고 있는 저
로써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손님들이 삼천 명 이상이 온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러다보니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많이 자란 풀도 베어야 했고요, 나무
에 덮여 있는 넝쿨도 제거해야 하고요, 배수로 청소, 가로등에 오일스텐 바르기, 창
고 정리, 부서진 천막 수리, 제구 닦기 등등...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은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제가 어떻게 다 할 수가 있겠어요. 그런데 매달 마지막 주일에 이곳
성지로 봉사하는 청년들이 있답니다. 다행히 지난 주일이 바로 마지막 주일이었고,
청년들이 봉사하러 오는 날이었지요. 저는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적은 뒤에 그 청년
들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주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청년들이 왔습니다. 그런데....
2명 왔습니다. 그것도 힘쓰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 2명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곧바로 이야기했지요.
“아니, 다른 친구들은? 정말 둘만 온 거야?” 너무나 실망이 컸습니다. 아니 그 많은 일들은 어떻게 하라고, 이렇게 고작 여자 2명
만 올 수 있단 말인가? 그러면서 걱정이 되고, 또 괜히 화도 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2명만 온 것도 얼마나 감사할 일입니까? 사실 봉사라는 것은 마
음에 우러나오는 하나의 행위인 것이지요. 즉, 그 청년들이 저에게 고용된 것이 아니
라서 어떤 의무감도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매달 오다가 오지 않으니까
오히려 나쁜 마음을 품게 되더라는 것이지요.
바로 이것 역시 제 안에 가지고 있었던 못된 고정관념이며, 착각이 아닐까 싶네요.
사실 보통 사람들도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항상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그 계획을
어떻게든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앞에서 자신의 걸림돌이 있다면 수단
과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없애려고 노력하지요. 비록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준다고
할 지라도 말이지요. 자신의 이런 고정된 생각만을 바꾼다면 그 누구도 상처를 받는 일이 없이 모두가 만
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문제지요. 그래서 세상을 내 마음에 들게 바꾸기 위해 하염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
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비장한 마음으로 예루살렘에 가시기로 마음을 정하
십니다. 이는 바로 자신의 수난과 죽음을 위한 길을 선택하셨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입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그렇지 않지요. 제자들은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마을
을 보면서,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내리게 하여 그들을 불살라 버릴까요?"라고 말합
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능력이라면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군
다나 스승이신 예수님과 제자들의 길을 가로막는 그들은 어떻게든 제거해야 할 대
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예수님과 제자들의 생각은 이렇게 너무나 대조적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랑과 화
합을 목적으로 예루살렘으로 올라간 반면, 제자들은 정복과 통치를 위해서 예루살
렘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지요.
그런데 이런 생각들이 저처럼 고정관념과 착각으로 감사해야 할 사람을 원망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결국 예수님의 생각으로 나의 생각을 바
꾸는 것... 그 길만이 모두가 사랑 안에서 참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남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과 말을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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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구세주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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