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구두를 벗어주시고 눈길에 맨발로
전쟁이 끝나고 선거 캠페인이 한창일 무렵, 대중연설 도중에 불쑥 끼어들었던 랍비 또한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소란스런 군중 속에서 정적들이 나를 향해 비방을 퍼부었을 때 어떤 자가 소리쳤다. “제가 한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사방이 조용해졌다. 나는 입성이 초라한 노인 한 사람이 연단 위로 올라오는 걸 보았다. 그는 마이크를 잡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는 피에르 신부님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분과 정치적인 견해를 같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금 들은 욕설만큼은 참을 수가 없군요. 신부님께서는 저를 알지 못하십니다. 저는 샘 욥이라는 랍비입니다. 독일군 점령 당시 어려움에 처한 제 친구들을 신부님께 맡겼던 사람입니다. 어느 날 밤 신부님 친구분들의 안내를 받아 산으로 피신하기로 되어 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헌 슬리퍼를 신고 있는 걸 보신 신부님께서는 당신의 구두를 벗어주시고 눈길에 맨발로 돌아가셨습니다.”
이 추억이 떠오르자 우리는 감격해서 서로를 부둥켜안았으며, 연설장은 온통 감동에 휩싸였다. 정치는 사람을 분리시키지만 연대행동은 사람을 결합시키는 법이다.
글: 피에르 신부의 <단순한 기쁨>에서
사진: 퍼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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