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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묵상] 철조망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05 조회수842 추천수6 반대(0) 신고

11월 5일 연중 제31주간 토요일-루가 16장 9-15절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

 

+ 우리 모두 평화.

오늘도 우리 동네에 새로 이사오신 바오로 친구의 부인이 전화를 하셔서 같이 공원으로 걷기운동을 하러 갔습니다.

 

짙은 구름이 하늘을 뒤 덮고 안개비가 촉촉함을 주었지만 형님댁으로 갔습니다.
마음씀씀이가 고우신 형님께서는 빈 물병을 한 보따리 갖고 나오셔서 제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고 모았다가 재활용 물품 수거하는 곳에 갖다 팔려는 커단 쓰레기통에 모아둔 우리집 빈 병들을 보시고는 마음을 써 주신 것입니다. 

 

사실 돈으로 치면 얼마 안되는 것이고 제겐 있으나 없으나 별로 차이가 없는 빈병이었지만 무척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한 당뇨와 함께 췌장과 쓸개를 다 떼어버리시는 큰 수술을 하신 분이시라 금방 쓰러지실 것 같은 형님께 제가 보호자도 될 겸 또 운동도 할겸 같이 걸어드리기로 작정을 하고 느림보 걸음을 걷더라도 기쁨으로 받아드리기로 했습니다.

 

한국가기 전까지만도 분명 공원 잔디밭은 푸르름으로 시원스레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이제는 그 넓은 잔디밭 둘레에 철조망이 빈틈없이 둘러져 있어 얼마나 답답한지 모릅니다.

 

잔디밭으로 들어갈 일이 없어 별로 들어가 보진 않은 곳이라 철조망이 있거나 없거나 딱히 제겐 아무런 관계가 없었는데 시각적으로 보기에 무척 답답하고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정상걸음으로라면 세 바퀴 돌 시간에 형님때문에 한 바퀴밖에 못 돌며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이라도 많이 피어봅니다.

 

연세보다 많이 늙어보이시는 형님은 그 몸을 가지고도 식구들의 밥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하시는데 마음이 많이 아파왔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일일히 신경을 써 드릴 입장도 못되니 허약하신 형님께  미안하기만 했습니다.

 

개신교 신자이신 형님은 애기 같은 마음으로 제게 고맙다고 하시면서 헤어질 때는 꼭 끌어 안아주기기를 잊지 않으십니다.

 

우울증 증세까지 갖고 계신 형님은 무언가 마음속에 응어리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조심스레 마음을 열어드리려 시도를 해 보며 우선 제 마음을 열어 보여드렸습니다.

 

예전엔 나의 욕심을 끌어앉고 살 적엔 부를 누릴 수는 있었지만 내 맘에 튼튼하고 답답해 보이는 철조망을 치기에 바빠 기쁨으로 살지를 못했노라고 말씀을 드리고 보이지 않는 감옥살이를 하였던 제가 이제는 하느님을 경배할 수 있음으로 제마음에 기쁨이 감도는 것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슬슬 마음을 여시면서 가족들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시는 부운 얼굴의 형님이 애처로웠습니다.

 

당장 오늘 아침 반찬이 없다고 핀잔을 주시며 식사도 안하시고 돈 벌기만 좋아하시느라 출근하신 남편의 이야기와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막내딸은 늘 바빠 엄마와 이야기 할 시간도 없기에 서운하고 서럽다고 하시며 바보같이 살았노라는 마음을 처음으로 저에게 고백을 하셨습니다.

 

돈벌기에 바쁜 남편은 교회도 잘 안나가셔서 걱정이라는 형님의 말을 들으면서 많은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 몸이 이렇게 많이 아픈데도 배움이 적어 기도를 남들처럼 못하신다는 형님께 숙제 하나를 내어 드렸습니다.

 

제가 요즘 여러모로 많이 어려우니까 저를 위해 기도를 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물론 저도 형님을 위해 기도를 해 드린다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본인의 건강을 위해 기도를 직접 안 드려도 우리가 서로서로 기도를 하니 주시기 좋아하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청원을 더욱 잘 들어주실 것이라고 신이나서 이야기했습니다.

 

그저 하늘을 잠시 바라보며 " 하느님, 우리 베로니카에게 평화를 주세요.. " 하고 간단한 기도를 올려달라고 했더니 형님께서는  기도를 그렇게만 해도 되냐고 반문을 하시면서도 얼굴에는 어느새 기쁨의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이 제겐 더욱 마음에 와 닿고 있습니다.

하느님께 올바른 믿음을 갖기위해 내게 있는 보이지 않는 철조망을 가차없이 허물어 버리리라 마음을 먹으니 아픈 형님과 함께하는 답답한 느림보 걷기 운동이 더욱 기뻐졌습니다.

 

한결 기분이 좋아지신 형님께서는 반찬거리 사야할 때 같이 시장에 가 줄 수있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직은 남편의 잔소리 때문에 시장을 가시는 마음도 있겠지만 분명 제 눈에는 받아드리시는 것을 꼭 강압에 못이겨 장에 가자고 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기쁜 마음에 저의 집으로 모시고 와 당뇨에 좋다는 홍삼액기스 차를 따끈하게 대접을 하고나니 어제밤 아팠던 머리가 말끔히 나아지고 있는데 역시 하느님은 나의 신뢰자요 나의 구원자이십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구원자이신 하느님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내 맘에 남아있을 철조망을 거둘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주님을 사랑합니다.

 

주님 사랑 안에서 사랑메세지 보내 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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