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경건한 성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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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선진 | 작성일2005-11-09 | 조회수841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찬미 예수! “그리고 비둘기 장수들에게 “이것들을 거두어 가라. 다시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하고 꾸짖으셨다.” – 요한 복음 2장 16절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성당에는 유치원부터 중학교 과정이 있는 가톨릭 학교가 있다. 그래서 매일 미사때 일 주일에 두번은 꼭 학생들과 미사를 함께 본다. 더블린이라는 지역 특성에 맞게 성당 내부 장식이 아일랜드식으로 꾸며져 있다. 하늘에서 헬기를 타고 내려다 보면 큰 십자가 형태를 하고 있는 이 성당은 내부도 10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십자 형태의 좌식구조를 하고 있다. 천 여명의 어른과 아이들이 한꺼번에 앉아 있어도 쥐새끼만한 소리도 들을 수 없고 성당에 들어 오면 일단은 모두 장괴에 무릎을 꿇고 각자 기도를 올리고 자리에 앉으면 조용한 가운데 미사가 시작된다. 때론 축일이 되면 독창자나 피아노 반주자의 Prelude(서곡)의 연주나 노래를 감상하면서 신부님의 입장을 기다린다. 학생들은 자기 홈 룸 선생님과 함께 입장해서 정해진 자리에 착석한 후엔 잡담을 하지 않고 경건하게 앉아 있도록 훈련된 모습이 여간 좋아 보이지 않았다. 혹시 부모님이 그 미사에 오셨으면 아이들은 선생님의 허락를 얻고 부모님과 함께 앉아서 미사에 임한다. 이 모두는 귓속말로 조용히 행해지기 때문에 그야말로 미사에 임하는 자세가 저절로 경건해진다. 참으로 놀라운 일은 수다스럽다고 생각되는 미국 사람들은 모임에서 침묵을 지켜야 할 곳에서는 어린이나 어른 모두가 조용히 앉아서 모임의 시작을 기다리는데 상당히 습관화되었다는 점이다. 진행자가 있건 없건, 모임 자체의 성격을 존중하는 동시에 집단으로서의 예의를 잘 지키는 것 같았다. 물론 친교나 미사후에 성당 밖에서는 상당히 수다스럽다. 신부님께서도 주교청에서 내려온 지침에 의거하여 성당 안에서는 인사도 나누지 말라고 하여 모두 눈 인사만 나눈다. 또한 토 요일 청년 미사에는 타악기가 사용되어 근사한 연주와 신나는 미사곡 연주도 하는데 연주에 감동한 신자들이 박수 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성당 내에서는 일거수 일투족을 경건하게 가짐을 기본 규칙으로 가지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독서자나 화답송 독창자, 성체 분배자들은 제단에 오르기전에 중앙에 서서 제단을 향해 깍듯이 절을 하고 제단에 올라 역할을 행한다. 반면에 일 요일이면 가는 한인 공동체 성당에서는 200여명이 안되는데도 성당에 들어 서면 여기 저기 안부 인사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고 미사 시작 전에 시끌 법석 부산하기가 그지 없다. 심지어는 미사 중에도 젊은 청년들의 잡담 소리가 들릴 정도다. 이는 자체 성당을 갖고 있지 않은 결점에서 비롯된 것일수도 있지만 길게는 어려서부터 집단으로서 지켜야 될 예의를 잘 배우지 못한 점이 큰 원인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으리라 생각하지만 십 여년전에 한국에서의 토요 어린이 미사를 가 보면 성당안이 돗대기 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몇 명 안되는 주일 학교 교사들의 지도는 안하무인격이고 아이들은 쉴새 없이 옆 자리 뒷 자리친구들과 수다떨기에 여념이 없어서 시작 성가가 시작되고서야 비로서 소음이 잠잠해지던 것이 기억난다. 이렇게 교육받고 훈련된 젊은이들이 아무리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 유학을 하고 박사학위를 위해 나와 있어도 십년 버릇 남 못 준다는 옛말이 있듯이 어디서나 시끌 법석하게 집단을 어지럽히기 일쑤이다. 오늘 에수님께서는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이 더 이상 거룩하지 않고 장사치들의 거래하는 곳으로 전락되었음을 크게 꾸짖으신다. 내적으로 하느님을 경배하는 것은 뒷전으로 하고 헛된 제물을 바치는 데에도 문제가 있지만 미사에 참석하는 우리들의 태도도 반성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시는 말씀같다. 일 주일동안 못 만나던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마음이 활짝 열려서 반가움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단 두 세시간만이라도 신성한 성전에서 경건하게 주님의 초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오로지 주님을 향해 열려 있게 하는 훈련을 해 보면 얼마나 좋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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