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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랑하십시오. 이것이 전부입니다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10 조회수1,008 추천수12 반대(0) 신고
11월 11일 금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루가 17장 26-37절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사랑하십시오. 이것이 전부입니다>


어느덧 교회 전례력 상으로 올 한해도 끝나가고 있습니다. 다음 주일은 그리스도왕 대축일이고, 그 다음 주일은 교회력으로 첫날인 대림 제1주일입니다. 교회 전례력으로 연말이 가까워지는 요즘, 계속되는 복음은 종말에 관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급작스럽게 다가올 그 마지막 날, 섬광처럼 다가올 주님의 날, 당황하지 않고, 놀라지도 않고, 의연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평소에 잘 준비하라는 것이 요즘 계속되는 복음의 메시지입니다.


한 훌륭한 평신도의 고백은 참으로 훌륭합니다.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니, 늘 깨어 기도하며 지내고 싶다는 염원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잠자는 시간도 기도의 시간이고 싶습니다.”


또 다른 훌륭한 자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전부입니다.

사랑은 모든 문제의 답입니다.

우리의 삶 그자체가 사랑이어야 합니다.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성인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사랑하십시오. 이것이 전부입니다.”


매일 주님의 날을 준비했던 아타나시오 성인은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성인들은 축제 속의 사람들처럼 그들의 전 생애를 지냈습니다.”


결국 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종말, 주님의 날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절대로 두려워 할 날이 아닙니다. 공포에 질려 부들부들 떨 날이 결코 아닙니다.


주님의 은총 안에 달릴 곳을 힘껏 달린 사람으로서 주님의 날은 기쁨의 날입니다. 주님께서 수여하실 영광의 월계관을 받아쓸 날입니다. 영원한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로 들어갈 가슴 설레는 날입니다. 춤을 추면서 행복해야할 축복의 날입니다.


입학해서 첫 축제에 참석하는 새내기 대학생처럼, 수학여행을 떠나는 여고생들처럼, 그렇게 기쁘고 행복한 표정으로 맞이해야할 주님의 날입니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세찬 바람이 불어오니, 낙엽들은 오랫동안 몸 붙여 살았던 나뭇가지와 미련 없이 작별인사를 합니다.


붉게 물든 단풍 낙엽을 하나 주웠습니다. 한 여름에 보았던 파란 빛깔의 이파리도 볼만했지만, 샛노랗게, 빨갛게 물든 낙엽은 더 볼만했습니다. 일출도 아름답지만 황혼은 또 다른 정취와 멋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마지막 날, 우리가 맞이할 주님의 날, 우리의 노년도 그렇게 고상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품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최후, 담담한 죽음, 장엄한 마지막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겠지요.


준비가 필요하겠습니다. 천국 역시 그저 주어지는 것이 절대 아닐 것입니다.


나약한 우리 인간은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하느님 본성에 긴밀히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인내하고 또 인내해야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영혼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천국에 이르는 사다리는 십자가, 하나뿐입니다. 십자가를 통하지 않고서는 천국에 오를 수 있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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