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기도
저무는 11월에
한 장 낙엽이 바람에 업혀 가듯
그렇게 조용히 떠나가게 하소서.
그 이름 사랑이신 주여,
사랑하는 이에게는 더러는 잊혀지는시간
서러워하지 않는 마음을 주소서.
길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가 손님일 뿐
아무도 내 최후의 행방을 묻는
주인 될 수 없음을 알아듣게 하소서.
그 이름 빛이신 주여,
한 점 흰 구름 하늘에 실려가듯
그렇게 조용히 당신을 향해 흘러가게
죽은 이를 땅에 묻고 와서도
노래할 수 있는 계절
차가운 두 손으로 촛불을 켜게 하소서.
해 저문 가을 들녘에
말없이 엎디어 있는 볏단처럼
죽어서야 다시 사는
영원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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