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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은사님의 아름다운 거짓말? -25년만의 고백
작성자곽두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14 조회수1,158 추천수0 반대(0) 신고

 

은사님의 아름다운 거짓말? -25년만의 고백

"중학교를 입학할 수 없는 아이들, 나이가 3살이나 많아 2학년에 편입시킨 아이를 내 자취방에서 지내게 했어요. 한 방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밤이면 중1과정 과외수업을 해 주었어요. 때로는 새벽 3시까지 검정고시 8과목을 제 눈이 충혈될 때까지 가르쳤어요."

"3년을 개근해도 합격하기 힘든 고입검정고시, 그러나 1년만에 8과목 전부를 합격했습니다. 그 합격의 기쁨, 스무 살이 넘은 두 자식에게서도 그런 기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아이는 고등공민학교 교사가 된 저의 첫 합격생이었으니까요."

"고등학교에 입학한 제자는 자취를 했습니다. 산업체 학교가 생기면서 고등공민학교가 문을 닫아야 할 처지가 되었어요.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도 있고 해서 틈틈이 준비한 공무원 시험에 합격을 했습니다. 면사무소 첫 발령지에서 그 제자를 만났습니다."

"여보, 며칠 전에 제자 자취방에 다녀왔어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어렵게 자취를 하더라고. 며칠 동안 밤잠을 설쳤어요. 여보, 그 제자를 우리 집으로 데려오면 안 될까?"

"아내는 연탄불과 석유곤로를 이용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도시락 2개를 싸주었어요. 지금은 우리 부부의 가슴에 아름다운 사랑으로 간직되어 있지만, 따순 물도 없었던 그 시절에 가끔 이런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신혼의 달콤한 꿈을 꾸던 아내. 군소리 한번 하지 않고 자기 동생 뒷바라지 하는 것처럼 허리띠를 졸라맸습니다. 2년 동안 도시락 두 개는 물론 빨래까지 해 준 사랑에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졸업을 앞두고 제자 아버님이 소 구루마에 쌀 2가마를 싣고 아내가 외출한 사이에 마루에 놓고 가셨습니다."

"제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이 된 후 소식이 두절되었어요. 가끔 아내가 제자 소식을 궁금해 했어요. '여보, 그 제자 당신에게도 연락이 없어요?' '응, 일 년에 한 두 번은 안부 전화를 해요.' 사실 무엇을 바라고 아이들을 가르친 것은 아니었어요. 학교를 갈 수 없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그렇기에 아내에게만큼은 좋은 제자는 아니더라도 괜찮은 제자라는 말을 듣게 하고 싶었습니다."

"추석명절이었습니다. 값나가는 화장품 선물세트 하나 마련했습니다. '여보, 그 제자가 사무실에 들러서 놓고 갔어요. 당신을 만날 시간이 없어 죄송하다며 갔어요. 당신에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인사 전하라고 하던데.'"

"25년이 지난 지금, 처음으로 아내에게 고백합니다. 여보, 그 선물세트 내가 용돈 아껴 산 것이었어요. 거짓말해서 미안해요."(선생님은 울먹이며 말씀을 잇지 못하십니다. 울먹이는 떨림을 따라 사랑의 바이러스가 코끝을 찡하게 전염시킵니다. 양손으로 콧물까지 훔치게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두 눈에서 그 날의 감동이 이슬방울로 흐릅니다. 두 눈에서 떨어지는 감사의 눈물꽃 송이송이, 두 줄기 강물을 따라 사랑의 바다로 흘러갑니다.

글:성광   사진:아세

-름다운 상을 드는 람들
  http://www.aseman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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