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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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나는 날
작성자장병찬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17 조회수839 추천수5 반대(0) 신고
주님은 더욱 커지셔야하고 나는 작아져야 합니다. (요한 3,30)
예수님, 저는 예수님께 의탁합니다.
오소서, 성령이여. 저희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소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가!
모든 성인들과 천사들의 기도와 선행도 한 대의 미사와 비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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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나는 날]


누군가 "인생이란 세계를 바꿔보려는 의지로 시작해서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는 것으로 끝난다"고 말했다지요.
영국 독설가 버나드 쇼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묘비
명을 부탁하고 숨을 거뒀고, 우리가 기인으로 기억하는 중광 스님은
"괜히 왔다 간다"는 유언을 남겼답니다. 정말 정신 차리지 않으면 우리도
별 수 없을 것입니다. 삶이란 죽음과 분리될 수 없는데도 우리는 삶에만
의미를 부여함으로 인생을 잘못 알고 살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국인들은 내세관이 희박한 유교와 무속 영향으로 현세와 이승
삶에 더욱 집착하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우리
민족인 탓인지 유별나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죽을 때에도 우리
는 품위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선종입니다.
선종이란 선생복종(善生福終)이란 표현의 줄임말입니다. '착하게 살다가
복되게 마친다'는 의미이지요. 오늘 저는 한국인들의 부정적 요소에서
희망을 읽습니다.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것은 '진정한 삶'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될 때에 그것을 향해 매진할 힘도 강할 것이기 때문입니
다.

심장병 전문의이며 시인이신 어느 어르신은 장례식을 인생 최대 경사인
'시집가는 날'이라는 이미지로 표현하십니다. 또 죽음 직전의 생을 '하늘
을 향해 피는 꽃'으로 묘사하신 것을 보면서 우리 신앙인에게 참으로
필요한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죽음이란 어떠한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피해가야 하는 재앙이나 최종적
사건이 아니라 영원한 삶을 향한 문입니다. 우리는 모든 고통 앞에서
희망을 잃지 않으며 오히려 최후에 완성될 파스카 신비를 인식합니다.
신앙인에게는 자기 삶의 절정인 죽음을 맞아들일 때에 그 죽음 넘어선
곳을 향한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예수님처럼 죽음으로 생명을 얻고,
죽음으로 부활하며 죽음으로만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
다.

그래서 신앙인은 희망의 사람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잘 죽기 위한 방법'
을 배우러 교회에 다니는 것입니다. 죽지 않으면 생명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가르치는 우리 교회는 바로 죽음을 선포하는 곳입니다. "죽기 싫다"
고 할 것이 아니라 '잘 죽는 비결'에 귀ㆍ눈ㆍ마음을 열고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잘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은 잘 사는 법을 익히는 지름길입니다.
잘 죽는 일은 천국을 얻고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는 하느님 자녀가
되는 일인 만큼 해볼 만한 것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루게릭병으로 이 세상 소풍을 마친 사진작가 김영갑씨는
"운명을 받아들이냐?"는 기자 질문에 "음, 기자 양반이나 나나 지금 이
순간 내일이 없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차이라면 당신의 내일이 올 가능
성이 99%라면 내 것은 1%뿐이라는 거지. 그래서 나는 더 치열하게
살아야지" 하셨다니 참으로 현인이십니다.

치열한 것이 삶입니다. 그러나 신앙인과 윤리인답게 치열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일에 한치 양보도 없는 치열함을 말합니다. 이것이 잘 사는
방법이며 우리 예수님 방법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빈 손으로 이 세상에 보내신 이유는 사랑 하나만으로
충분함을 믿으신 것이지요. 또 우리가 빈 손으로 당신께로 돌아갈 수밖
에 없도록 하신 것도 한 평생 얻어낸 그 많은 것 중에 천국으로 가지고
갈 것이란 오직 사랑밖에 없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치열한 사랑의 승리자가 되시어 생이 가벼워 아름다웠던 시인처럼 "아름
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하느님께 말씀드린다
면 하느님의 기쁘신 웃음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두려운 것
은 죽음이 아니라 매순간 하느님과 이웃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하는 것입
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누가
바라겠습니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기에 참고 기다릴 따름입
니다" (로마 8,24-25).

장재봉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윤리신학 교수)


( http://예수.kr  ,  http://www.catholic.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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