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장대비 속 우산 하나가 되어
첫눈이 내리기 며칠 전 일입니다. 현관문을 열자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산을 흔드는 바람을 따라 장대비가 아스팔트에서 튀어오릅니다. 겨울비에 바지가랭이를 적십니다. 금새 아스팔트에 물이 고입니다.
소나기에 흠뻑 젖는 새 한 마리가 대숲에서 비를 피하듯, 머리와 어깨가 흠뻑 젖은 아저씨가 자전거와 함께 처마 밑에 서 있습니다. 금새 그칠 것 같지 않는 장대비…….
"어디까지 가세요. 저랑 함께 가실래요.” “동원연립요. 집이 어디신데요.”
“전 거성 아파트요.” “그럼 정반대인데, 조금 기다렸다 가지요.”
“전 성당 가는 길이니까 조금 돌아가면 됩니다. 겨울비에 감기 걸리시면......,”
자전거를 끌고 가는 아저씨의 다정한 친구처럼 우산과 함께 걸어갑니다.
“어디 다녀오세요.” “교회 부흥회 다녀옵니다. 이 밤중에 성당에는 뭔 일로 가시나요.”
“교육 중인 신자들에게 따끈한 국화차 좀 가져가는 길입니다.”
누구나 소나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여름이 아닌 겨울 소나기를. 그 소나기가 옷을 적시고 밤새 열병을 앓는 독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예상치 못한 겨울 소나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육체적인 질병이나 정신적인 고통이 그러하겠지요. 겨울 장대비 같은 시련과 고통 속을 우산처럼 동행해 주는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그런 동행이 되고 싶은 것처럼…….
글: 사랑수 사진: 다운 음악: Solo Dios - 성요한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