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을 어떻게 갚아야 헌단야.
“어머니와 40년을 살았어요. 어머닌 아무리 마음이 상했어도 속상하다는 말씀 한 마디 없으셨어요. 논 열 마지기 밭 다섯 마지기 농사를 지으시면서도, 넌 힘드니까 집안 살림만 하라고 하셨어요.”
“고추를 확에 갈아서 김치를 담글 때도 어머닌 한번도 고추 가는 일을 시키지 않았어요. 손 후끈거린다고 김치 버무리는 일은 어머니가 독차지 하셨어요. 전 옆에서 양념을 넣어드리고 어머니가 묻혀서 주시는 김치를 받아먹었어요.”
“고무장갑이 없었던 시절. 냇가에서 얼음을 깨고 큰 이불빨래를 하실 때도, 밤늦게 군불 때는 일도 새벽 일찍 밥을 짓는 일도 모두 어머니 몫이었어요. 전 어머니 옆에서 거들어주기만 했어요.”
“87세이신 시어머니가 문턱에서 넘어져 골반이 무너졌어요. 소변기를 달고 누워만 지내세요. 가끔 제 손을 잡고 ‘이 공을 어떻게 갚아야 헌단야. 고맙다. 고마워.....,’ 눈물을 글썽이셔요. 어머니 그런 소리 마세요. 어머니가 젊으셨을 때 제 손에 찬물 닿지 않게 하려고 얼마나 애쓰셨어요. 그 공을 갚고 있는 거예요. 어머니 집에 시집 온 저는 40년 동안 행복했습니다. 자식과 며느리에게 무엇 하나 시키지 않고 희생하셨던 어머니의 억척스런 사랑 덕분이지요.”
글: 강만형 사진: 다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http://www.asemans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