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진 묵상 - 설경을 찍으러 갔을 뿐인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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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순의 | 작성일2006-02-08 | 조회수708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사진 묵상 - 설경을 찍으러 갔을 뿐인데...... 이순의
갈잎에 바람 일렁이는데 오리들은 평화롭고
잔잔한 겨울 풍경이 포근하기도 한데
얼은 물 줄기는 사기를 다해 달려있고
교각 아래는 그래도 폭설의 흔적을 피해 간
그늘 진 다리 아래에도 쨍 하고 햇살 고운
행복합니다. 흐르는 강물도, 제철 만난 오리도, 차가운 바람도, 겨울잠 자는 대지도,
그런데 디카의 가장자리 저 먼 교각 아래에 인기척이 보이고
디카의 거리를 당겨 보았더니 죄송합니다. 고의는 아니었어요.
헉?! 설경을 찍으러 왔을 뿐인데....... 그곳에 잠자리를 마련하시고 기거하시는!
이불 속으로 한 뼘 더 깊숙이 들어가신!
이 사진으로 인하여 얼마 남지 않은 겨울동안만이라도 구청에서 교각밑을 정리하시지 않기를 빕니다. 이렇게 찬 겨울 한 철의 밤(夜)도 눈(雪)도 피할 수 있는 저 교각이 있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의 은혜를 빼앗지 않기를 빌면서
등 따시고 배 부른 나의 사치를 감사드리고, 또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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