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詩 이재복
재 넘어 순창 오늘은 장날
정월 열 나흘
보름 앞날이라 호박 말림도 제 값을 한다
탁주 한사발에 잘 익은 아저씨 대추 파시고
할머니 비닐봉지 두어개
시금치 담겨있는 그 옆
땅 바닥에 대충놓인 소쿠리 냉이 돋나물 푸르다
정찰제 가격표 없어도 폭리 안하고
비싸게 사도
서운할일 하나 없다
가지런히 매달린 운동복 백화점 세일 비웃고
유행 알바 없는데
손 호호부는 할머니 봄을 파시니
대형매점 전등불 번듣번득 안해도
거기 없는게 이곳에 있다
서로 아끼는 훈훈한 정 있고
이건 칠레 산 이라우
그게 어떤 나뭇꾼 이름인지는 몰라도
비릿한 믿음이 있다
저기 어디서 본듯한 할머니 뒷모습
바삐 따라가 보니
우리 어머니 닮았어
아무것도 못 사고 그리움만 가득 퍼왔네
공짜로 !
(배경*시향의메일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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